‘배당’에 웃고 울었던 한 해였다. 정부가 기업에 배당 확대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데 이어 관련 정책을 추진하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이 화답하듯 배당금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펀드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작년 한 해 공모펀드 시장에서 롱숏펀드(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하고 하락할 종목을 공매도해 수익을 내는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단연 배당주펀드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 나가는 동안, 배당주 펀드로는 비슷한 금액이 순유입됐다. 배당주 투자 열풍을 타고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3조원 펀드로 우뚝 섰다.

배당주펀드, 수익률·인기 두 마리 토끼 잡았다

배당주펀드는 올해 수익률, 자금 유입 측면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 2조8156억원의 자금이 배당주펀드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2조8505억원이 빠져나갔다.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주식)종류A가 올해 21.2% 수익을 내 배당주펀드 중 성과가 가장 좋았다. 동양중소형고배당자 1(주식)ClassC, KB퇴직연금배당자(주식)C,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연금저축전환자 1(주식)종류C, 한국투자셀렉트배당 1(주식)(A)도 10% 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안겼다.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온 펀드 상위 10개 중 5개가 배당주펀드였다. 2003년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주식)C형으로 1조6500억원이 들어왔다. 설정액이 3조15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공모펀드 시장에서 가장 몸집이 큰 펀드가 됐다. 3조 펀드가 나온 것은 미래에셋인사이트, 슈로더브릭스 등 2007~2008년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 이후 처음이다. 배당주펀드 덕분에 신영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작년 말 3조3000억원에서 올해 6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자(주혼)종류A, 베어링고배당(주식)ClassA, KB퇴직연금배당40자(채혼)C, 신영고배당30(채혼)C형, 신영프라임배당[주식]종류C 1 등 다른 배당주 펀드로도 각각 2000억원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에 배당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배당주 펀드로 자금 유입이 계속됐다”면서 “다만 배당주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앞으로 펀드 투자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상위권, 가치주·중소형주펀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형주 성과가 부진하자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미래에셋솔로몬가치주G 1(주식)종류C 1가 올해 26.1%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연금저축전환자 1(주식)종류C,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자 1[주식]종류C 5도 23%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가 평균 6.9%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좋은 성과다.

중소형주 펀드 중에서는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자 1(주식)A1가 17.0% 수익률을 기록했다. 프랭클린오퍼튜니티자(주식)Class C-F, 동양중소형고배당자 1(주식)ClassC,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주식)종류A, 현대강소기업 1[주식]종류C-S도 10% 이상 수익을 냈다.

수익률 상위 펀드들이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세운메디칼(100700), 한미반도체(042700), 영원무역(111770)등이었다. 세운메디칼은 올해 58.9% 올랐다. 한미반도체와 영원무역은 각각 48.7%, 24.2%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나 특정 업종 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이 나도록 만들어진 인덱스펀드의 성과는 부진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3.2% 하락했는데 특히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주가가 부진했다.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 주가 흐름을 지수로 만든 코스피200지수는 5.4% 떨어졌다.

미래에셋그린인덱스자(주식)A는 28.7% 손실을 냈다. 대신삼성그룹레버리지1.5[주식-파생]Class A, 한화2.2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재간접)종류A도 투자자들에게 올해만 20% 넘는 손실을 안겼다.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주식-파생)A 클래스, 한국투자두배로 1(주식-재간접파생)(A), 미래에셋인덱스로코리아레버리지2.0자(주식-파생재간접)종류A, 삼성KOSPI200레버리지 1[주식-파생재간접](A)의 성과도 부진했다.

갈 곳 잃은 자금, 단기국공채·하이일드 펀드로

올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단기 국공채 펀드로 향했다. 만기가 3~9개월 정도인 국공채를 편입하는 펀드인데 올해 자금 순유입 2위, 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출시된 우리단기국공채 1[채권]C1로 9000억원, 한화단기국공채(채권) 종류C로 6500억원이 들어왔다. 설정된 지 한 달도 안된 유진챔피언단기자(어음)Class-A로도 50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주식·채권펀드 자금 유입 상위

이상진 한화자산운용 부장은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식, 채권 중 어느 곳에 투자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일단 단기 채권 펀드에 돈을 묻어두고 기다리려는 심리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인기도 뜨거웠다. 흥국자산운용이 지난 4월 국내 운용사 중 가장 먼저 출시한 공모펀드인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채혼]A로 3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신용등급 BBB 정도인 회사채를 총 자산의 30% 이상 편입하는 대신 공모주 전체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올해 쿠쿠전자, 삼성SDS, 제일모직 등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大魚)라고 불렸던 기업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시중자금을 끌어 모았다.

해외주식형, 중국·인도가 휩쓸어

중국, 인도에 투자한 사람들은 올해 뿌듯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중 6개가 중국 투자 펀드였고 4개는 인도였다.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8.9%에 달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KB중국본토A주레버리지자(주식-파생재간접)A CLASS는 올해 수익률이 무려 73.7%였다.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滬港通) 제도가 지난 11월 시행되면서 본토 증시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중국본토레버리지자 1[주식-파생재간접]_A, 미래에셋차이나A레버리지1.5(주식-파생재간접)종류A도 70% 넘는 성과를 냈다. 현대차이나대표기업레버리지 1[주식-재간접파생]종류A, 현대차이나인덱스플러스 1[주식-파생재간접]CLASS C도 수익률이 50%를 넘었다.

인도 펀드 중에서는 IBK인디아인프라[주식]A가 43.0% 수익을 내 가장 성과가 좋았다.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자 1(주식)종류A, 삼성인디아자 2[주식](A), 프랭클린인디아자(UH)(주식-재간접)Class A도 3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