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하 지음ㅣ궁리ㅣ384쪽ㅣ1만8000원

세상에 먹을 것은 넘쳐난다. 최소한 겉보기에는 그렇다. “어릴 적 먹을 쌀이 없어 굶기를 밥 먹듯했다”는 할아버지 말씀에 손자들은 “빵이나 라면을 먹으면 되죠!” 라고 답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여전히 어디선가 배를 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범위를 세계로 확장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인류학자들은 2050년 인구가 90억명에 달하면, 이런 굶주림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인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먹을 양식이 없어 굶주릴지, 아니면 유전자변형(GMO) 식품을 먹을지. 하지만 GMO 식품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학자들도 선뜻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저자의 입장은 분명하다. “GMO가 부정적 의미의 유전자 변형 혹은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유전자 개량이며, 이를 통한 방법만이 60년 동안 정체된 작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는 이밖에 일반인이 어려워하는 생물학의 여러 주제가 쉽게 설명돼 있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중고교 시절 암기식 교육으로 생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30여 년 서울대에서 연구하고 가르친 생명과학 교수가 풀어쓴 책이어서 믿을 만하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내가 먹은 음식은 어떻게 에너지가 되는가’ ‘영화 트랜스포머 속 기계 인간은 가능할까’와 같이, 아이들이 흔히 던질 만한 질문들에 답한다.

일반인과 중학생, 문과생들도 생물학의 기본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생명 현상의 부분에 관한 정보를 나열하고 외우라고 주문하는 대신 그 부분을 묶어 전체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생물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화학·물리학·천문학 등을 곁들였다.

저자는 생물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생명체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도 그런 원리를 바탕으로 '생명은 흐름이다 → 생명은 반복한다 → 생명은 해독기다 → 생명은 정보다 → 생명은 진화한다' 순으로 썼다.

빅뱅부터 시작된 생명의 역사와 다양한 과학의 전반적인 역사와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특히 저자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명쾌한 문답이 이해를 도와준다.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쩔쩔맸던 부모들로서는 요긴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우리 생물학 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 읽고 나면 생명 현상의 과학이 잘 설계된 건축물처럼 가지런히 머릿속에 세워지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