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체 킹넷은 지난 10일 모바일 게임 '전민기적(全民奇迹)'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매출 46억원을 올렸다. 이 게임은 한국 게임사 웹젠의 온라인 게임 '뮤'를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도록 변형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서비스를 시작한 뮤는 전투와 사냥을 통해 캐릭터를 키우는 전형적인 온라인 게임이다.

뮤·리니지·카발 등 게임계에 등장한 지 10~20년가량 된 '올드 게임'이 새로운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지난 것에 비유되는 추억의 온라인 게임이 극적으로 회춘한 비결은 무엇일까.

올드 게임의 부활… 이틀 만에 46억 매출도

대표적인 초기 온라인 게임 가운데 하나인 뮤의 전성기는 2003년이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순식간에 인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몇 달 후 뮤의 중국 서비스는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중국 해커가 뮤 게임 프로그램을 통째로 빼가서 자신들이 직접 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해킹당한 프로그램이 대량으로 유포되면서 가짜 뮤 게임을 제공하는 곳이 무수히 생겨났다. 출시 후 10년 이상 세월이 흘렀지만 뮤는 지금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용자 대부분이 불법 서비스 게임을 이용한다는 것.

뮤는 올 6월 웹젠이 중국 게임사 37WAN과 손잡고 웹게임으로 재출시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 웹게임은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과 달리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웹브라우저로 접속해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뮤는 웹게임 버전 출시 후 한 달간 매출을 약 165억원 올렸다. 작년 웹젠이 뮤 서비스로 올린 매출(140억원)보다 더 많이 번 셈이다. 이 게임은 이달 들어 중국 시장에서 모바일로 나오면서 또 한 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변환도 쉬워 인기

뮤로 재미를 본 '37WAN'사는 한국 게임 '카발 온라인'도 웹게임 형태로 바꿔 내년 3월 중국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게임·소프트웨어 업체 이스트소프트가 2005년 처음 선보인 카발은 전투와 사냥을 통해 캐릭터를 키우는 온라인 게임이다. 이 게임도 2000년대 중반 중국 출시 후 뮤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지만 프로그램이 해킹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37WAN은 카발 개발사인 이스트소프트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 지난 23일 이 회사의 주식 4.9%를 53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초창기 온라인 게임은 요즘 나오는 최신 게임보다 프로그램 용량이 작고 구조도 단순하다. 덕분에 모바일 기기용으로 개조하기가 쉽고 PC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에서도 별 무리 없이 잘 돌아간다. 이스트소프트는 웹게임에 이어, 내년 하반기에 중국에서 모바일로도 카발 온라인을 서비스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중국 2위 게임업체 창유와 손은 잡은 상태다. 이스트소프트 김장중 사장은 "카발의 모바일 버전은 우리가 받는 수익 배분율이 웹게임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출시 15년이 지나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게임도 있다. 1998년 등장해 한국 온라인 게임 대중화를 선도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줄어들던 리니지 매출은 2009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2013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리니지는 올 3분기 매출 685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32%를 담당했다.

리니지의 흥행 비결은 꾸준히 게임의 기능과 전투 장소(맵)를 업데이트해온 덕분이다. 10년 전에 게임을 한 사람도 옛 추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처음 리니지를 접한 사람들은 오랜 기간 리니지가 쌓아온 탄탄한 스토리에 빠져든다. 최신 게임처럼 화려한 맛은 없지만 서비스가 안정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은 "좋은 게임 콘텐츠는 시간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며 "게임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