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불황속 편의점 질주가 눈에 띄었다. 1~2인 가구, 근거리 쇼핑족, 소량 구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7%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매출은 2012년 1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말 12조8101억원으로 9.1% 늘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요 편의점은 매출이 3분기 누적 기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5~9% 늘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올 3분기 누적·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4943억원, 9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대비 각각 6.2%, 13.3% 늘었다. GS25(GS리테일 운영)와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이 운영)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각각 8.84%, 3.5% 증가한 2조5987억700만원, 1조9864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5.3%, 40% 감소한 859억5300만원, 291억8500만원으로 조사됐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수익과 효율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강화, 근무자 상해보험 본사부담, 판매관리비 상승, 상생프로그램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은 성장 초기에는 담배판매와 출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에는 점포확장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이제는 양보다 질적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점포확장에 집중하며 일부 점주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편의점 업체들도 그동안 급성장하면서 놓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지난해부터는 구조조정과 수익을 우선으로한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 전망도 1인가구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밝다. 각사마다 차별화를 내년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BGF리테일 측은 “내년에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가맹점 수익을 극대화하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앞으로도 이색적인 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차별화의 핵심은 PB상품…‘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상품’

그동안 소비자들의 편의점 선택 기준은 브랜드보다 ‘가장 가까운 곳’이다. 편의점들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고객을 자사 편의점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도 PB제품 마진율이 다른제품 대비 좋다. PB상품 반응도 좋다.

예전에는 PB가 '비교적 싼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이제는 ‘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GS25는 이태원에서 퓨전요리 레스토랑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홍석천씨와 함께 PB라면인 홍석천 볶음면, 홍라면 2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여성 패션 브랜드 ‘트라이엄프’와 손잡고 바지 전용 스타킹인 PB제품 ‘PB 팬츠삭스’를 선보였다. PB팬츠삭스는 전체적인 길이가 앵클삭스와 판타롱 중간 형태다. 앉았을때 자칫 바지 아래로 밴드라인이 보이는 앵클삭스와 자주 흘러내리는 판타롱의 단점을 보완했다.

CU에서는 PB상품 ‘콘소메맛 팝콘’이 인기다. 전국 매장에서 농심 새우깡보다 2배 더 많이 팔린다. 또 다른 PB상품인 ‘CU 자이언트 떡볶이’와 ‘CU 빅 요구르트’는 각 상품군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NB(제조업체 브랜드)상품보다 최대 두배 이상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GS25에서는 ‘라벨리 팥빙수’ PB제품이 인기다. 빙그레 메로나보다도 많이 판매된다. ‘버터갈릭맛팝콘’도 올 들어 새우깡을 제치고 스낵부문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븐일레븐에서는 PB상품 ‘체다치즈맛팝콘’ 매출이 올 9월 새우깡을 제치고 스낵 판매 1위로 올라섰다.

CU는 2012년 20%에 못미쳤던 PB 매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27.2%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GS25 전체 매출에서 PB상품 매출 비중은 2010년 31.2%에서 지난해와 올들어 11월까지는 34.9%로 늘었다. 세븐일레븐 PB상품 매출도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섰다.

◆ 판매 상품 확대하고 편의점 개념 바꾼다

편의점 업체들은 매장 차별화에도 나서고 있다. 일상 소비 공간에서 종합편의공간으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U는 대학로 점포에는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동덕여대 점포는 매장 절반 이상을 화장할 수 있는 공간(파우더룸)·탈의실 등으로 꾸몄다. 미니스톱도 최근 편의점 내부 인테리어를 20~30대를 위한 식사공간, 여성공간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세

븐일레븐은 지난달 도식락카페 1호점(KT강남점)을 열었다. 1층과 2층을 합친 매장 면적이 국내 편의점 평균 대비 4배에 해당하는 264㎡다. 1층은 비식품을 대폭 늘린 상품 등을 진열했으며 2층은 도시락을 즐길 수 있는 32석 규모 공간을 마련했다. 안마의자와 전용화장실, 3D프린팅 서비스로 선보였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이제는 국내 편의점 산업이 복합적인 평릐를 제공해주는 질적 성장을 해야할 때”라며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닌 즐기는 편안한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상품 품목도 늘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부터 식품 위주의 상품 구성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비식품군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5년내 비식품군 매출 구성비를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체 매출에서 담배를 제외한 비식품군 매출 비중은 2012년 12.4%에서 2013년 12.9%, 올해(11월까지) 13.9%로 성장했다.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편의점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담배 판매 비중이 30~40%대로 높지만, 앞으로 다른 상품군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상품군을 넓히고 공간 개념을 확대하면서 재계약하는 점포는 지금보다 매장 면적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