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고전한 삼성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만에 최악의 연봉 한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전체 임원들의 내년 연봉을 동결한 데 이어, 직원들 중에도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지난주 직원들에 대한 인사 고과 평가를 마쳤다. 고과 평가는 EX(excellent),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 5단계로 이뤄진다. 일부 계열사는 최하등급인 UN 없이 EX부터 NI까지 4단계로 평가하기도 한다.

삼성그룹은 모든 계열사 공통으로 전체 직원의 10%는 4∼5등급인 NI 또는 UN을 미기도록 하는 지침을 정했다. 하위 4∼5등급을 받은 하위 10%는 연봉이 동결되거나 삭감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삼성 관계자는

“개인별로 연봉 협상을 벌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과 평가 등급만으로 연봉 인상이냐, 삭감이냐가 일률적으로 정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 전 직원 임금을 동결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연봉한파’를 겪을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당시 삼성은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인상을 동결하는데 합의하고, 특별성과급인 PS(초과이익분배금)를 연봉의 50%에서 30%로, 개인성과급인 PI(생산성격려금)를 기본급의 최대 300%에서 200%로 삭감하는 내용의 성과급 축소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기존의 PS를 OPI(성과인센티브·overall performance incentive), PI를 TAI(생산성목표인센티브·target achievement incentive)로 바꿨다. OPI는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고, TAI는 생산성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삼성은 주력인 삼성전자의 올해 2, 3분기 실적 급락을 비롯해 대다수 계열사가 실적 악화로 고전한 만큼 다음 달 결정될 성과급 지급 규모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 급여가 동결되는 분위기에 비춰 예년 같은 성과급 잔치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