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전경.

금융위원회가 배당투자 성향이 강한 연기금과 펀드 등에 우리은행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분산매각 시 투자자당 최대 입찰한도는 5%나 10% 이내가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이달 20일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30%) 매각이 무산된 지난달 28일 이후 20여일 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 5일 공자위가 모였을 때는 소수지분 매각만 의결했고 지분 재매각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지분 재매각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방식과 수량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여러 차례 실패했기 때문에 지분을 통째로 팔기보다 분산해서 매각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30%는 일괄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 중 17.98%는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경영권 지분(30%) 매각은 중국의 안방보험만 입찰에 참여해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무산됐고 소수지분도 예정 물량의 3분의 1 수준인 5.94%만 팔렸다.

현재 예보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은 51.04%로 이 중 48.075%가 매각 대상이다. 2.965%는 소수지분 입찰자들의 콜옵션(call option·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행사에 대비해 예보가 보유해야 한다.

공자위는 장기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하고 나서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공자위 관계자는 “20~30년 동안 배당 받는 것에 관심이 있는 연기금이나 펀드 등에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팔고) 남은 지분은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올 하반기에 경영권 지분 및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할 때도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우리은행 지분을 분산 매각하면 입찰자별 최대 한도는 5~10%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산매각을 한다면 최대 한도는 5%로 할지, 10%로 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10%를 넘진 않을 것”이라며 “10% 초과 지분을 가져가려는 곳은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 단순 투자자에게 이 정도 지분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 지분 10% 초과 보유자는 경영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심사를 거쳐 지분 보유를 승인해준다.

금융위가 우리은행 지분의 분산매각을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등 외국자본이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매각을 고집하면 외국계 사모펀드나 외국계 금융사만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권을 공개 매각했을 때 외국계 금융사 등이 높은 가격을 써내고 입찰에 참여하면 당국이 난감한 상황이 된다”며 “입찰 한도를 5%나 10%로 제한하면 외국계 자본이 참여해도 경영을 주도할 지분을 가져가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사전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은행 지분 48.075%를 모두 팔지, 이 중 일부만 팔지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48%를 다 팔지, 30%만 팔지 등은 시장 수요를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