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고액 자산가가 가장 많은 증권사입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자산이 1억원 이상인 부유층(high net wealth)의 자산이 전체 자산의 85% 이상입니다. 1억원 이상의 부유층 고객 비중도 대우증권 등 경쟁사에 비해 20%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러다보니 언론 등에서 많이 홍보되는 투자처엔 삼성증권이 항상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곤 합니다. 한때 만기 30년 국채가 인기를 끌 때도, 브라질 국채가 인기를 끌 때도 항상 삼성증권이 가장 많이 팔았습니다. 최근엔 후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된 자금의 절반이 삼성증권에서 나왔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삼성SDS, 제일모직 공모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위 말해 '돈이 돈을 버는' 투자 땐 삼성증권이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립니다.

삼성SDS는 공모 청약 경쟁률이 134.19대 1이었는데요, 삼성증권의 경쟁률은 143.55대 1이었습니다.

그나마 이때는 좀 나았습니다. 삼성SDS에 비해 2배의 자금(30조원)이 몰린 제일모직 때는 자산가가 많은 삼성증권의 여타 고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봤습니다.

제일모직 최종 경쟁률은 194.9대 1이었는데, 삼성증권은 264.2대 1을 기록했습니다. 대우증권의 경쟁률은 172.5대 1, 우리투자증권은 159.7대 1에 그쳤습니다.

1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증권에서 청약했다면 14주밖에 받지 못하지만 우리투자증권에서 했다면 23주를 받는 셈입니다. 제일모직 상장 첫날 종가로 팔았다고 가정하면 삼성증권에서 청약한 투자자는 84만원의 이익을 얻지만, 우리투자증권에선 138만원의 차익을 얻습니다.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셈입니다.

사실 삼성증권 직원들은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고 합니다. 계열사 상장이다보니 대표주관사에 비해 물량은 적고, 자산가 고객이 많은데다 제일모직은 특히나 더 과열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죠. 삼성증권의 지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는 것도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이 됐습니다.

삼성증권의 한 지점 관계자는 "사실 대우증권에서 청약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일모직이 확실한 투자처라고 생각해 아내와 부모님 자금까지 총 동원했는데 대우증권 계좌에서 청약했다"면서 "요즘은 모바일로도 청약할 수 있어 굳이 대우증권에 방문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 직원들 사이에서 후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도의상 자사를 통해 청약하긴 했지만,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죠. 더구나 제일모직이 상장과 동시에 급등하면서 추가 매수에 부담되는 상황이 펼쳐지다보니 아쉬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모두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부른 광풍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