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 보안 시설인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내부 인터넷망이 해킹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임직원 1만여명의 개인 정보와 경북 경주 월성원전 및 부산 기장 고리1호원전의 운전도면과 부품도면 등 상당수 기밀 문건들이 인터넷상에 유출됐다.

한수원 측은 아직 정확한 유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원전의 안전과 관련된 제어 시스템은 외부 인터넷망과 분리돼 해킹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18일 "이달 10일 내부 인터넷망에서 악성 코드가 발견돼 조치를 취했으나 지난 17일에 직원들의 개인 정보가 대량 유출된 데 이어 18일 원전 운전도면 등이 인터넷 블로그 등에 공개됐다"며 "공개된 문건들은 한수원 내부 문건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출된 내부 문건들이 해킹에 의한 것인지, 내부 직원이 빼돌린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는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달 15일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18일 오후 2시쯤부터 원전(原電) 배관로 도면, 원전 제어 프로그램, '원자력발전소 주변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등 한수원 대외비 자료가 게재됐다가 이날 오후 6시 40분 비공개로 전환했다.

'원전반대그룹'이라는 이름을 단 블로그 운영자는 "1차 공격은 하드(HDD 저장장치) 파괴 몇 개로 끝났지만 2차는 제어 시스템 파괴"라면서 "원전은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원전 해체이며, 우리 그룹이 1650여개(바이러스)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넷에 공개된 문건 중에는 '월성1호기 감속재 계통 ISO도면'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보낸 대통령의 대외비(對外秘) 친서(親書) 같은 핵심 기밀 자료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원전의 설계도가 25만장이라서 일부 도면이 유출됐다고 당장 원전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감속재 관련 도면은 핵심 자료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인도·중국·루마니아 등 중수로 원전을 운영하는 경쟁국에 운전도면이 빠져나가면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유출된 도면은 기밀 자료가 아닌 2009년쯤 직원 교육용으로 만든 일반 자료"라며 "18일 밤까지 전문 기관과 점검한 결과 해킹 흔적은 발견돼지 않았으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