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5개 수입차업체 CEO(최고경영자) 중 11명이 내년에도 수입차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잇따라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품값 인하나 사회공헌 활동 확대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최근 국내 24개 수입차 브랜드를 공식 판매하는 15개 수입사 CEO를 상대로 실시한 내년 경영계획 관련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브랜드 이미지만 높이고 부품값 인하는 외면

수입차업체 CEO들은 내년에 가장 중요한 경영 방침으로 '브랜드 이미지 개선'(10명)을 꼽았다. '주목받는 신차 출시'라는 응답은 9명이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과 신차 출시로 소비자 이목을 끄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설문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그대로 반영됐다. 수입차 시장이 고속 성장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11명은 '다양한 신차 출시', 7명은 '브랜드 이미지'를 각각 꼽았다. CEO들은 또 최근 한국 소비자들이 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브랜드 이미지'(12명)라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부품값을 낮춰야 하고, 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도 "수입차 가격은 동급 국산차 가격의 2.9배인 반면, 수입차 부품 가격은 국산차 부품 가격의 최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 주요 경영 방침으로 '부품값 인하'를 거론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한 CEO는 3명에 불과했다.

"내수 침체가 난관"

수입차업체 CEO들은 내년 수입차 판매 성장세가 올해(약 24%)보다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시장이 11~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CEO는 11명에 달했다. 20%가 넘을 것이라고 응답한 CEO는 1명뿐이었다. 자사 브랜드의 자동차 판매량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응답한 CEO는 9명이었고, 올해보다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다만, 향후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난관은 '가계부채 등 내수 시장 침체'(9명)가 1위였다.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면서 고가 수입차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와 부품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라고 한 응답자도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에 대해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CEO들이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 밖에 '수입차 브랜드 간 할인 경쟁',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를 꼽은 사람은 각각 7명과 5명이었다.

유망 분야로는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를 꼽은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의 'QM3'와 렉서스 'NX300h' 등 소형 SUV 신차가 잇따르면서 이 시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전체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CEO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특히 점점 더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매에 나서고 있고, 레저 문화가 확산되는 점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한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