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은 제일모직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삼성그룹주 펀드로 옮겨 붙었다.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1주도 받기 어려워지자 최근 2년 간 자금이 계속 빠졌던 삼성그룹주 펀드가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18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그룹주 펀드로 11월 이후 2500억원이 들어왔다. 지난 1~10월까지는 6000억원 넘게 빠져나갔는데 최근 두 달 간 자금이 집중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인기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A)로 1253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 2004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한국투자삼성그룹 1(주식)(C 1)로는 1042억원이 순유입됐다. 한국투자삼성그룹자 1(주식)(A)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1(주식)(C 1)로도 100억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삼성그룹주 주가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도록 만들어진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도 부쩍 늘었다. KODEX삼성그룹 ETF는 일평균 거래량이 10월에 20만주를 밑돌았는데 11월에는 80만주에 육박했다. 12월 들어서도 23만주 정도가 하루에 거래되고 있다. KINDEX삼성그룹SW ETF는 거래량이 10월까지만 해도 일평균 거래량이 3만주 미만이었는데 11~12월에는 10만주가 훌쩍 넘었다.

최근 2년 간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대다수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삼성에스디에스(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까지 증시에 상장하면서 다시 삼성그룹주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증권사에서도 제일모직 투자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다른 그룹주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오너가(家)가 계열사 중에서 가장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라는 분석이 많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공모주 청약은 194.9대1 경쟁률로 마감됐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30조649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세운 최고 기록(19조8444억원)보다 약 10조원 많다.

다만 공모주 투자 만큼의 수익률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삼성그룹주 펀드 수익률은 삼성전자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펀드가 총 자산의 11~16% 정도 삼성전자를 편입하고 있어서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9.4%다. 전부 손실을 내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일부 계열사의 주가가 올랐지만 삼성전자가 7.7% 떨어진 영향이 컸다. ETF는 한 종목을 최대 편입할 수 있는 비율이 30%로 일반 주식형 펀드(10~20%)에 비해 더 높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라면서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주 펀드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