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

몇해 전 수퍼개미를 다룬 책이 발간돼 증권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명 한명의 스토리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쫄딱 망해 40만원밖에 남지 않아 한강으로 갈까 했으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나만의 비법을 개발해 150억원을 벌었다"는 수퍼개미도 있었다. 책은 불티난듯 팔렸다.

하지만 책의 주인공 중 최소한 두어명은 사기꾼이었던 것임이 드러났다. 100억원을 번 적이 없고, 실제로는 그만의 투자비법도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홍보하면서 유료 카페를 운영해 돈을 번 것이었다. 그 중 한명은 돈을 갚겠다고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감자탕을 얻어먹고 도주하는 사건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러자 "수퍼개미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나면 계좌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술집 여종업원 폭행으로 논란이 된 수퍼개미 복모씨도 과연 실제로 주식으로 돈을 벌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한 경제방송 관계자는 "처음 100억원대 부자라고 했을 때는 국산차를 타고 방송사에 왔었으나 최근에는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면서 "아무래도 주식을 해서 돈을 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100억대 수퍼개미, 재능 기부 화제', '주식으로 어려움에 빠진 이를 무료로 돕겠다'면서 언론사나 주식거래 사이트 등에 광고를 싣는 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키웠다.

그의 이력은 명쾌하지 않다. 19살에 처음 주식을 시작했고, 23세에 애널리스트로 증권사에 스카우트됐다고 기재돼 있으나 확인 결과 그를 애널리스트로 뽑아준 증권사는 없다. 설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방송에서일 것이다. 투자대회에서 우승한 이력도 있다고 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

그의 유료 사이트도 소송으로 얼룩지고 있다. 당초 그는 "투자에 실패하면 회비를 전액 환불해준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돈을 내면 가입비가 90%고, 회비는 10%일 뿐이다. 일부 회원은 이로 인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신청을 했고, 소비자원은 절반 가까이를 돌려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복씨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민사 소송으로 진행될 조짐이다.

'가짜 수퍼개미' 사건은 검열 없이 광고를 실어주는 언론사나 주식관련 사이트들이 사태를 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규정을 확실히 준비해두지 않았던 금융감독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다른 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에서는 '몇 퍼센트의 수익을 보장한다'와 같은 불법적인 광고 문구가 없어도 "나 얼마 벌었다"는 주장만으로도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미비하다. 이 틈을 노린 가짜 전문가가 넘쳐나면서 애꿎은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