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면 진료와 검사 외에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다. 보통 환자용과 일반용이 따로 있긴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 면회 온 방문객이 한꺼번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항상 혼잡하다. 수백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병원 직원들까지 합치면 ‘만원’ 엘리베이터로 그냥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병원 고객만족센터에는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일부 병원들은 엘리베이터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올리고 나누고’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병원 내 계단 이용을 활성화하고 엘리베이터 이용을 늘리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엘리베이터 혼잡을 줄이고 계단걷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계단을 걸을 때 소요 열량을 부착했지만 동기 부여가 부족하자 계단에 직접 NFC칩을 설치해 계단을 이용하는 층수를 계산할 수 있게 했다.

이 병원은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시키고 계단 사용을 권장했다. 계단걷기 활성화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 계단을 걸을 때 소요되는 열량을 부착했다. 하지만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고안해낸 것이 ‘계단 오르기 게임’이다. 병원은 정보기술(IT)업체와 상의해 병원 내 모든 계단에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부착된 판을 설치했다. 1층 시작점에 스마트폰 뒷부분을 인식시킨 다음 계단을 오르내리면 자동으로 계단을 이용한 층수가 계산된다.

계단에 오르기 전 스마트폰 뒷부분을 대면 자동으로 계단을 이용한 층수가 계산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층수를 확인할 수 있다.

앱을 통해 개인별 계단 이용 목표량과 실제 이용한 층수를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 간 순위도 매겨진다. 11월부터 현재까지 45일간 사용한 결과 전 직원 1200명 중 3분의 1이 넘는 468명이 참여했다. 이달 현재까지 영상의학과 김관희 방사선사가 3502층으로 1위, 핵의학과 백범열 임상병리사가 3069층으로 2위, 총무팀 조승훈 직원이 3057층으로 3위를 차지했다. 신호철 병원장도 11위에 올라있다. 1위인 김 씨는 출근일로 계산하면 하루에 약 290계단을 오르내린 셈이다. 서로 계단 이용 경쟁이 붙은 일부 직원들로 인해 엘리베이터 혼잡이 줄어든 것으로 병원측은 파악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에서는 현재 이용한 계단 층수와 실시간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달 16일 현재 하루에 약 290층을 오른 직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병원은 보다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계단 이용에 비례해 사회공헌 마일리지를 적립하기로 했다. 일정 마일리지가 적립되면 불우 이웃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보호자도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병원은 운동이 필요한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계단걷기 활성화 TF팀 손종욱 씨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계단을 오르내리면 운동량을 늘릴 수 있고 기부도 할 수 있다”라며 “환자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양보하는 효과도 저절로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