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선옥 기자.

대입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한창 바쁠 시기, 한 지방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은 올해 수능을 치른 학생들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걱정으로 고민이 많았다.

선생님이 들려준 몇 학생의 사연은 이랬다. 졸업생 A씨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짧은 학력이 아쉬웠고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던 졸업생 B씨도 비슷한 사례다. 몇 년 직장생활 하며 모은 돈으로 대학에 가고 싶어했다.

마침 선생님은 올해 정부가 발표한 선(先)취업·후(後)진학 활성화 대책을 떠올리고 이들에게 맞는 대입 전형을 알아봤다. 선생님이 찾은 것은 ‘재직자 특별전형’. 하지만 문의 결과 A와 B씨 모두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없었다. 일반고 졸업 후 직장에서 3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더라도 재직자 특별전형에 지원하려면 고등학교 재학 당시 1년 이상 직업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지난 4월 선취업·후진학을 유도하고 구인자와 구직자 간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며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을 통해 정부는 기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던 ‘재직자 특별전형’을 일반고 고졸자로 확대했다. 문제는 일반고 졸업자라면 재학 당시 1년 이상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정부는 “재직자 특별전형 자체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의 후진학을 돕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된 일반고 졸업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직업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학생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재직자 특별전형 대상을 확대한 근본적인 목적은 청년들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할 게 아니라 취업 후 필요한 경우 대학 진학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졸업 후 3년 이상 직장 재직’이라는 조건 외에 일반고에서 직업교육을 이수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 요건을 맞추려면 일반고는 별도의 직업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재직 후 대학에 들어가려는데 별도의 직업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졸업 후 우선 취업하고 이후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기에 반가웠는데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만한 대책은 아닌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우리나라 20~24세 청년고용률은 다른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이 청년 고용을 낮추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보고 이를 완화하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달 말 발표되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고용’은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