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에쓰오일 수석부사장(왼쪽), 금춘수 한화 경영기획실장.

최근 대기업의 연말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에서 고참 인물들이 대거 물러나는 가운데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백전노장들이 경영 무대에 복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정유·중공업 업종이나 전열(戰列) 재정비를 거쳐 재도약하려는 대기업들에서 두드러진다. 요즘 재계에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회사 나가더라도 회사 욕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무성한 이유다.

저유가(低油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그런 사례에 속한다. 지난달 인사에서 수석부사장(deputy CEO)으로 복귀한 에쓰오일의 김동철(64) 전 고문은 2007년부터 5년 가까이 홍보를 포함한 대외(對外) 업무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그러다가 2012년 일선에서 물러나 2년 동안 자문역(고문)으로 있다가 수석부사장으로 돌아왔다. 유공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돌아와 SK이노베이션 사령탑에 오른 정철길(60) 사장도 비슷한 사례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와 삼성그룹 4개 계열사 전격 인수 등을 단행한 한화그룹은 금춘수(61) 전 한화 차이나 사장을 경영기획실장으로 기용했다. 금 신임 실장은 2007년부터 5년 정도 경영기획실장을 지냈다. 한화 관계자는 "격변기에 회장의 신임이 돈독하고 실력을 다각도로 검증받은 금 실장이 '안정적인 혁신'을 구현할 최고 적임자로 선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대표에 최근 임명된 손관수(54) 대표도 2012년부터 2년 가까이 CJ GLS(CJ대한통운 전신)의 대표를 맡았었다.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CJ인재원 원장을 거쳐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지난달 인사에서 CJ대한통운 대표로 컴백했다.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 사장을 두 차례 지낸 뒤 은퇴했다가 일선에 돌아온 최길선(68) 현대중공업 회장도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지금 유례없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한국 산업계에서 이들 '구관(舊官)'이 진짜 '명관(名官)'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