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타이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가 또 미뤄졌다. 벌써 4번째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당초 ‘타이젠폰’은 이달 10일 인도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견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타이젠폰의 인도 공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초청장을 내보내진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MSC의 인도 총괄 타룬 말릭 부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말 출시를 언급했고, 본사 역시 이를 반박하지 않았다.

타이젠의 지지부진한 행보는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를 통해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이후 7월에는 러시아로 무대를 옮겼지만, 또 돌연 취소됐다.

이에 따른 전자업계의 실망도 공공연한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삼성전자가 타이젠 공개를 기다렸던 협력사와 개발자, 엔지니어들에게 또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도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은 데 실망했다”며 “공개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타이젠의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삼성전자의 탈(脫)안드로이드 전략도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인텔 등과 손잡고 애플과 구글에 맞서는 ‘타이젠 연합’을 결성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패권을 뒤흔들기 위해서였다. 거대 IT제조사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인텔의 계획과 포부는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TV, 자동차에도 활용해 하나의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타이젠의 일정이 늦춰지는 것이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싱크탱크 MIT미디어랩의 조이 이토 소장은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소트프웨어에서 앞서는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을 쫓아가기 어렵다”며 “하드웨어 회사는 대체로 소프트웨어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서는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를 이유로 꼽기도 한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국내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철저한 수직계열화로 성공한 제조사”라며 “유연함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설 자리가 없고, 해외에서 영입해도 버티질 못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익은 제품을 내놨다가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서 제품 출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