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앞으로 더 많은 '파이어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어폰은 올 7월 아마존이 자체 운영체제(OS)를 적용해 야심 차게 내놓은 첫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어폰은 '공짜폰'으로 전락하는 등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아마존이 독자 개발한 첫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소개하고 있다.

파이어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베조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파이어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베조스는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닷컴 초창기에 나는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며 "회사는 도전과 실험을 그치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사실 베조스가 올 6월 처음 파이어폰을 소개했을 때만 해도 애플의 아이폰에 이어 새로운 혁신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베조스도 파이어폰 성공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파이어폰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수년간 사람들은 언제 아마존 스마트폰이 나오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질문을 했다. '우리는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더 나은 휴대폰을 만들 수 있을까'였다. 이제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베조스는 "파이어폰은 세세한 곳까지 각별히 신경 쓴 제품"이라며 "튼튼하고 오래가며 흠집도 잘 나지 않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기대와 달리 파이어폰은 철저히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현재 파이어폰은 8000만대 넘는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 3분기(7~9월) 아마존이 4억2700만달러(약 47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로 파이어폰 실패를 지목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킨들의 성공에 머무른 아마존의 관점과 시장의 변화가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의 전자책(e북)용 단말기인 '킨들'이 성공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다른 경쟁작이 마땅치 않아 독주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많은 제조사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넓지 않다. 단말기 판매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망도 문제였다. 미국에서 파이어폰을 전략 기종으로 밀어준 통신사는 AT&T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