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유망한 벤처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선정한 '2014년 한국 최고의 앱 베스트 30'이 발표되자 업계의 관심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벤처투자사 '알토스벤처스'에 집중됐다. 외국 앱을 제외한 16개 국내 앱 중 쿠팡, 배달의민족, 비트, KM플레이어 등 4개에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했기 때문이다.

알토스벤처스는 1996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됐으며 올 초 한국에 사무소를 냈다.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미국명 한킴·49) 대표는 "치밀한 숫자 분석보다는 투자 대상 회사의 대표와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더 끌리는 기업을 택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공병 대위로 복무했다. 전역 후에는 컨설팅업체 부즈앨런앤해밀턴을 거쳐 1996년 알토스벤처스를 공동 설립했다. 한 달에 일주일은 미국에, 나머지 3주는 한국에 머무른다. 하루 평균 2~3곳의 벤처기업을 만난다.

"모바일 생태계의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왜 크고 있는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카카오톡, 네이버와 붙어도 이길 것 같은 기업이면 더 좋죠."

이 회사는 김 대표를 포함해 3명의 파트너가 투자 대상 업체에 각각 1~3점의 점수를 매겨 총점이 6점 이상이면 투자를 결정한다. 이렇게 알토스벤처스는 올해 직방(부동산), 잡플래닛(취업), 리모(택시), 미미박스(화장품), 애드오피(광고), 비바리퍼블리카(금융), 비트(음악) 등 각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한국 벤처 10여곳에 투자했다.

올해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에도 알토스벤처스가 먼저 투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은 올 5월 미국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배달의민족'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골드만삭스 등에서 36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받았다. 알토스벤처스는 이미 2011년에 두 회사를 발굴해 투자했다. 성장이 유망한 기업일수록 초기에 투자해야 수익률이 더 높은 것은 물론이다.

벤처투자사는 자본을 투자해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 수익을 회수하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서비스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써보고 개선점을 찾아 경영진과 공유합니다. 임직원 채용이나 해외 진출, 투자 유치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고 도움을 주죠."

김 대표는 "향후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될 수 있는 회사(일명 유니콘·unicorn)가 어디에 있는지 늘 모니터하고 있다"면서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은 수년 내 미국 증시 상장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들에게 "사업 특성에 따라 목표 시장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2C(소비자 대상 거래) 분야는 한국도 큰 시장을 갖춘 만큼 우리나라에서 확실한 1위가 된 뒤 천천히 진출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 분야는 해외로 빨리 나가는 것이 유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