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 기자

국내 최장수 제약사이자 ‘부채표’ 브랜드로 유명한 동화약품이 사상 최대 규모의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앓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별도의 영업대행회사(CSO)를 통해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300만~3000만원 상당의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영업사원들은 의사들에게 명품지갑과 골프채를 선물한 것은 물론, 원룸 월세와 관리비까지 대신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50억7000만원의 불법 리베이트는 처벌 법규가 시행된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는 2010년 11월부터 의약품을 처방해준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사와 제약사를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인 리베이트를 뿌리뽑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제도를 시행한 지 4년이 됐음에도 리베이트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여전히 리베이트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다른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없애거나 줄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리베이트를 늘려 매출을 더 늘려보겠다는 속셈을 가진 제약사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편에선 일부 의사들이 리베이트로 받은 상품권을 현금화해 병원 직원 월급을 주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국세청은 100개 제약회사를 상대로 최근 4년간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 사용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공식적으로 의사들에게 더는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제약사 영업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고, 법의 테두리를 피해 음성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들은 정부가 조사대상을 영업대행회사로 확대하자 제약업계와 상관 없는 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리베이트를 건네는 꼼수까지 쓰고 있다. 경영진의 지인을 동원해 불법 사례금을 건네는 창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영업직원 가족과 친구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이들의 카드로 고가의 물품을 구입해 전달하는 식이다. 제약사가 학회나 재단을 만들고 회의비와 저술료, 강연료 명목으로 부담하는 방식도 점점 늘고 있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에 부담을 지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약사들은 판매비와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약값을 올려받고 싶어 한다. 약값의 20~30%에 이르는 리베이트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약가에 반영된다.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금품만 주고받는 식의 리베이트는 근절돼야 한다. 국내 제약산업 점유율은 전 세계의 1.6%에 불과한 30위권 밖이다. 일본의 1980년대 수준에 머문다. 제약사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의사와의 공동연구를 늘린다면 의사들과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제약사들은 더 늦기 전에 음성적으로 성행하는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제약산업 경쟁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