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는 섬이나 사막처럼 전력 연결이 어려운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저장·공급하는 소규모 독립 전력망을 말한다. '전력망'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그리드'와 '마이크로'('작은' '소규모'라는 뜻)를 조합한 것이다.

고립 지역에서 자체 전력 생산·공급

한국전력은 지난 10월 전남 가사도에서 마이크로그리드 기반의 '에너지 자립 섬' 준공식을 열었다. 태양광·풍력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각 가정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사업에는 총 92억원을 투입했다. 가사도에는 168가구, 286명이 거주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br>

이전까지 가사도에서는 디젤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섬에 설치된 풍력발전(400㎾), 태양광발전(314㎾)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는 불규칙한 바람과 일조량 때문에 전압·전류가 일정하지 않아 일반 가정에서 쓰려면 전압·전류를 안정화하는 변환 장치가 필요하다. 변환 장치를 거쳐 안정화된 전기는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된다. 가사도에는 3000㎾h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배터리를 설치했다. 100% 충전할 경우 가사도 주민들이 30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전력 생산에서 공급까지 모든 과정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통합 운영한다. 전력 소비량을 예측해 태양광·풍력발전기를 가동시키고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가정에 공급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하는 과정을 자동화 시스템이 관리하는 것이다.

연간 비용 절감 3억2000만원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비용 절감 효과다. 섬 지역은 육지에 있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바다 건너까지 송전(送電)할 선로를 설치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주로 디젤 발전소를 설치하지만 이 역시 발전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김대영 한전 기술기획처 차장은 "가사도에서 디젤 발전기만으로 전기를 생산했을 때에는 발전 비용이 육지보다 10배 이상 비쌌지만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으로 디젤 연료비와 발전기 유지·보수 비용이 줄면서 발전 비용이 연간 3억2000만원 절약된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에는 섬에 있는 디젤 발전기가 고장 날 경우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생겼다. 발전소 하나가 고장 나도 다른 발전소의 전기를 끌어다 쓰면 되는 육지와 조건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디젤 발전기에 100% 의존했던 것과 달리 태양광·풍력발전·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전력원을 분산할 수 있게 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은 가사도의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다른 섬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20여개 섬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할 경우 연간 250억원의 전력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한전은 마이크로그리드를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 9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력회사인 파워스트림과 북미(北美) 지역의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공동 진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0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제20차 아·태 전력산업콘퍼런스에서 마이크로그리드를 에너지 신(新)산업 분야 핵심 기술로 소개했다. 김성만 한전 기술전략팀장은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2020년 400억달러(약 44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