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패딩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위털이나 오리털 외에 새로운 신소재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은 천연 소재인 '구스다운(goose-down· 거위털)'과 '덕다운(duck-down·오리털)'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급이 불안정해 가격 변화가 심하고 세탁 등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업체마다 새로운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람은 막아주고 땀은 내보내는 겉감, 온기(溫氣)를 잡아주는 기술은 물론 거위털과 오리털을 대체하는 충전재까지 의류 분야에서도 치열한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람은 막고, 온기는 잡는 신기술

겉감에서 바람을 막아 체온을 유지하는 기술은 날로 발달하고 있다. 고어텍스의 '윈드스타퍼(WINDSTOPPER)'는 6㎠ 안에 14억개의 구멍이 있는 멤브레인으로 만들었다. 멤브레인에 나 있는 구멍은 수증기보다는 크지만, 물방울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땀은 배출하면서 바람이나 비는 막아준다. 고어코리아 관계자는 "일반 폴리머 제품(PTFE)을 적정 조건에서 빠르게 잡아당기면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ePTFE(extended PTFE)가 만들어지는데 강도가 강해 옷 소재뿐 아니라 의료·전자·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며 "윈드스타퍼엔 바람이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작은 구멍으로 된 멤브레인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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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의 '할로우 파이버'도 겨울철 스포츠 및 야외활동 때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극지방에 사는 북극곰이 추위를 이기는 건 가운데가 뚫린 털 속에 온기를 보관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본떠 구멍을 낸 파이프 형태의 합성섬유를 개발해 일반 소재보다 보온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가 개발한 '야크히팅' 기술은 광원(光源) 옆에 있으면 코팅된 섬유가 빛에너지를 받아 열을 내 체온을 2~3도 높여준다.

봉제선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온기를 잡아주는 방법도 나왔다. 밀레는 '콜드블록 패딩 테이프'와 '윈드블록 사선 테이프'를 봉제선 부위 안감과 겉감 사이에 넣어 네 겹 구조를 형성했다. 안감과 겉감으로 된 기존 두 겹 봉제선에 비해 찬 공기가 들어오기 어렵다. 지난 9월 인하대학교 스포츠·레저섬유연구센터에서 실험한 결과 보온력 상승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22%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운 충전재를 상자 형태로 생긴 공간에 가둔 후 이를 연결해 만드는 엠리밋의 '박스월' 공법도 박음질한 부분으로 냉기(冷氣)가 들어오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온기가 배출되는 것을 막고 털 빠짐도 줄여주는 신기술로 꼽힌다.

다운을 대신하는 신소재

거위털과 오리털을 직접 대체하는 신소재도 있다. 밀레와 아디다스 등이 채택한 '프리마로프트(PrimaLoft)'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미군이 거위털과 오리털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합성 소재로 물을 잘 흡수하지 않아 춥고 습한 날씨에도 보온력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웃도어와 군복 등의 소재로 인기가 높다. 캐시미어보다 가는 초미세섬유로 공기층을 촘촘하게 형성해 보온을 오래 유지한다. 밀레 관계자는 "천연 소재가 아니라 동물 권익 운동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변질되거나 부패할 걱정이 없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가 개발한 '쿱루스(Cuprus)'는 나일론에 구리를 입혀 만든 제품. 정전기를 막고, 열을 축적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컬럼비아의 '옴니히트 인슐레이션'은 몸의 열을 반사해 따뜻하게 하는 기술이 적용됐고, 노스페이스가 개발한 'VX(Vertical Excellence)'는 소재 자체에 굴곡을 만들어 따뜻한 공기를 잘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