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지음|알키|428쪽|2만원

84개국에 124개 무역관을 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세계 트렌드를 수집했다. 곳곳의 주재원들이 발로 뛰어 모은 결과물이다. 돈 될 거리를 찾는 것이 코트라의 주임무이다 보니 비즈니스 금맥으로 떠오르는 아이템들이 대다수다. 의식주 일상생활을 새롭게 할 아이템은 물론, 전쟁과 재난 같은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신소재, 몸과 마음이 상처받은 현대인을 보듬어주는 비즈니스까지 다양하다. 지금 현재 전 세계인들이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안티까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에 가면 커피를 공짜로 주는 까페들이 늘어서 있다. 공짜로 주면 돈은 어떻게 벌까. 식음료를 무료로 주는 대신에 머무르는 시간만큼 요금을 내면 된다. 차나 커피가 아닌 휴식 공간을 파는 '안티까페(Anti cafe)'다. 첫 1시간은 1분당 60원, 그후부터는 1분당 30원을 낸다. 안티까페는 커피보다 휴식 공간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장소다.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 식음료에 돈을 낭비하지 않고,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 까페 역시 공간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해 효율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편히 앉아 일할 공간을 찾는 프리랜서들, 영화 감상을 즐기고 보드게임을 하는 젊은이들, 회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맨들이 안티까페를 즐겨 찾는다. 얼핏 한국의 '멀티방'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안티까페는 멀티방보다 더 저렴하고, 공간이 널찍이 오픈돼 있어 여러 사람이 어울릴 수 있다.

맨플루언서

‘맨플루언서(manfluencer)’는 남성을 뜻하는 ‘맨(man)’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단어다. 미국 시카고의 시장조사 전문업체 마이단 마케팅이 만들어낸 말이다. ‘가정에서 부인을 대신해 식료품 쇼핑을 담당하거나, 음식 준비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남성 소비자’를 뜻한다. 맨플루언서는 최근 미국 식료품업계에서 새롭게 등장한 마케팅 대상이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에 따르면 남성이 식료품점에 1회 방문시 지출하는 평균 금액은 2004년 27달러(약 3만원)에서 2010년 35달러(약 3만9000원)로 30% 늘었다. 대형 식품업체 제너럴 밀스와 크래프트 푸즈는 제품 포장재에 남성미를 풍기는 단어들을 강조하거나, TV 광고에 남심을 자극하는 광고 문구를 넣기로 했다.

손주바보

일본에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부모 세대와 자녀·손주 세대가 가까이 사는 3대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손주와 함께, 혹은 가까이 사는 할아버지가 늘어나면서 손주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노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할아버지를 ‘이쿠지이’라 부른다. 일본 광고사 덴츠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일본에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사용하는 비용은 연평균 11만엔(약 110만원)에 달했다. 이 중 87%는 ‘앞으로 손주를 위해 교육비를 지원하거나, 손주 명의의 통장을 따로 개설해 줄 생각이 있다’고도 답했다. 이들은 요리, 스포츠, 패션, 디지털 기기 등 여러 분야에서 손주와 함께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일본 내 고령자 예금이 약 500조엔(약 500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노인 층이 손주에 대한 소비를 늘리면 금융 자산의 세대 간 이동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용곤충

올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로랜드 음악 페스티벌. 음식 가판대 중에서도 라플라스(La Place)라는 곳에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라플라스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지에서 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음식 체인이다. 이날 라플라스는 평소와 다른 음식을 내놨다. 일명 ‘애벌레 햄버거’. 그 생김새에 처음에는 다들 망설였지만, 시식 후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먹어본 사람들은 “곤충에서 양파 튀김 같은 맛이 난다”고 했다. 이날 애벌레 햄버거 500개가 다 팔렸다. 네덜란드에는 식용 곤충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팔리는 곤충은 네덜란드 곤충사육자협회에서 공급한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자재’다. 최근에는 한국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도 애벌레를 이용한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다.

호모 모빌리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사회에선 ‘피아오자이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피아오’는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는 뜻, 자이는 한 군데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언뜻 모순돼 보이는 두 단어가 결합된 이 말에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 세상에 머물러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밖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며 일하지만, 실제로 이동하는 내내 인터넷 세상에 머무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꼬집은 것. 국내에도 ‘호모 모빌리스’라는 비슷한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중국에선 호모 모빌리스들에 맞춘 대용량 배터리 시장, 스마트폰 보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음식점이나 쇼핑몰 정보를 검색하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해당 정보를 포스팅하는 파워블로거들의 활동도 왕성해지는 추세다.

재해 예방 비즈니스

자연재해는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나 제품들을 낳기도 한다. 재해가 닥치면 대부분의 생활 인프라가 파괴된다. 이 중에서도 식수가 가장 큰 문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뉴올리언스 지역에서는 1달러짜리 생수 한 병이 수십달러에 팔렸다. 한 미 비영리기관은 ‘마실 수 있는 책(Drinkable book)’을 개발했다. 아프리카처럼 식수를 구하기 힘든 곳에서 책 종이를 찢어 웅덩이 물을 받으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이 걸러지는 방식이다. 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몇 달러 수준. 한 페이지당 한 번씩 정수를 한다고 가정하면 매번 10센트(약 100원)으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셈이다. 미 중부에선 토네이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시설 비즈니스가 각광받는다. 간이 화장실까지 갖춘 1인용 대피소 가격은 3000달러(약 320만원)부터 시작한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캘리포니아 등지에선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수도꼭지나 샤워기가 인기다.

1인 제조업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성공 스토리에는 항상 차고(garage)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차고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창작물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테크숍(Techshop)은 차고 개념을 빌어 만든 1인 제조업 공간이다. 미국 전역 열 곳에 설치된 테크숍에선 3D 프린터부터 각종 제조 설비와 기기, 하드웨어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누구나 월 175달러(약 18만원)만 내면 마음껏 쓸 수 있다. 제조업 설비 마련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도면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연중 다양한 강좌와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이 덕에 지난해 미국에서 하드웨어 분야 창업 업체 수는 전년보다 55% 늘었다. 벤처캐피털들의 하드웨어 벤처업체 투자 규모도 전년보다 2배 늘었다.

⑧ 원시인 식생활

지난해 구글에서 다이어트와 관련해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팔레오(Paleo)’였다. ‘구석기 시대’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 팔레오리틱(palaeolithic)의 줄임말이다. 팔레오 다이어트는 ‘원시인처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다이어트법이다. 현대인도 원시인과 같은 식단을 유지하면 만성질병과 과체중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아직 논란이 많지만, 팔레오 다이어트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많은 사람이 팔레오 다이어트 경험담과 후기를 공유하고 식품 매장 입구에는 팔레오 다이어트 추종자들을 위한 장바구니 목록이 배치될 정도다. 미국 대도시에 가면 레스토랑의 메뉴 옆에 팔레오 다이어트를 위한 메뉴라는 뜻으로 작은 돌 그림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팔레오 다이어트의 원칙에 따라 제조한 식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과 식사 배달 서비스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