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지음|부키|368쪽|1만5000원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트렌드 분석가로 대기업 강연이나 칼럼 연재 활동을 해왔다. 올해 한국 사회 라이프 스타일을 토대로 내년 트렌드를 예측했다. 딱딱한 숫자를 들이밀기보다 셀카봉, 마이보틀 등 올해 인기를 끌었던 소재들로 22가지의 트렌드 흐름을 제시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킨포크 스타일

2011년 미국 포틀랜드의 사진작가, 플로리스트, 요리사 등 40여명이 온라인 잡지를 만들었다.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옮긴 것이었다. 2주만에 조회 수 600만을 돌파했다. 2013년말에는 책으로도 나와 7만부 넘게 팔렸다. 이 잡지 이름이 ‘킨포크(Kinfork)’였다. 사전에서는 친척이나 친족, 일가를 뜻하지만 이제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일상을 공유하는 문화’라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최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텃밭 만들기’, ‘천연재료로 건강식 만들기’ 등의 강좌가 그 예다. 그동안 웰빙이나 힐링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상업적이어서 진짜 일상에 다가가기엔 오히려 피로를 더해줬다는 평이 많았다. 반면, 킨포크는 좀 더 여유롭고 진정한 일상에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고 본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블로그 등 주변에 과시하기 위한 행동 양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빵로드

빵을 좋아하는 20대, 30대 여성들의 SNS를 보면 전국 각지 빵 사진이 다 올라온다. 이들에게 빵집 순례는 일종의 놀이 문화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을 실크로드에 빗대 ‘빵 로드’라고 하거나 성지순례를 본 따 ‘빵지 순례’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순례지는 군산의 ‘이성당’,대전의 ‘성심당’, 안동의 ‘맘모스 제과’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오래된 빵집들이다. 빵 순례자들은 숨은 맛있는 빵집을 발굴하며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서울에선 ‘단팥빵 명가 찾기’ 붐이 일기도 했다.

프렌디

‘프렌디(Friendy)’란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말로 친구(friend)와 아빠(daddy)를 합친 말이다. MBC의 ‘아빠, 어디가’,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중심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최근 몇 년간 20~30대 남자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무뚝뚝하고 근엄한 아버지상은 부드럽고 편안한 아빠로 바뀌고 있다. 육아 휴직에 호의적인 남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의 무게는 엄마에게 쏠려 있다. 남성 육아 휴직에서 오는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다음노인

곧 고령층이 되는 준고령층을 의미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을 고령층, 50~64세를 준고령층으로 분류한다. 올해 준고령층은 베이비붐 세대 영향으로 전체 인구의 20.8%를 넘어섰다. 이들은 기존 고령층과 사회적 태도가 많이 다르다. 이들 중 절반은 사후 장례를 화장으로 치르길 바라고, 30%는 유산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고령층보다 각 두 배씩 많은 수치다. 이혼에 대한 인식 역시 덜 부정적이었다.

뉴앙팡테리블

술, 담배를 예전엔 소위 날라리 학생들이 했지만, 요즘은 성적과 상관없이 더 많이들 한다. 딱히 학생들이 더 불량해진 탓이 아니라 조숙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뉴 앙팡테리블’이다. ‘앙팡테리블’은 프랑스 문학가인 장 콕토의 소설 제목에서 비롯된 말로, 태도나 행동이 영악하고 별난 짓을 잘하는 조숙한 아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예전보다 더 일찍 술을 마시고 담배를 핀다. 일부는 10대 창업, 민주주의 발전 등 건강한 사회적 목소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좀비냉장고

해킹을 당해 좀비처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컴퓨터를 ‘좀비 컴퓨터(PC)’라고 부른다. 이제 스마트TV, 스마트 냉장고 등 가전기기도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해킹, 스팸메일에 당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냉장고 해킹 사고는 미국에서 일어났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면 집 밖에서도 가전을 관리할 수 있고, 사물이 알아서 주인의 상황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해킹된다면 누군가 우리 집 보일러를 맘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밥통의 밥까지 함부로 할 도 있다.

쇼루밍

쇼루밍(showrooming)은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고른 다음,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를 검색해서 구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장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의 쇼룸이 된다. 오프라인 매장에 유지비가 더 들어가는 유통업계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흐름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들이 체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계에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