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보다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세대 AP(응용프로세서)를 양산할 경우, 삼성이 갤럭시보다 아이폰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램(RAM)·AP 등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많은 부품을 만든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드는 액정표시장치(LCD)까지 포함하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의 절반(가격 기준)가량을 생산하는 셈이다. 특허 분쟁을 빚은 애플과 관계가 호전돼 이 모든 부품을 납품하게 되면 아이폰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스마트폰용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내놓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의 견제를 받으며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애플과 특허소송전을 벌여 애플에 납품하는 물량이 줄었다.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앞선 시스템 반도체 생산공정인 14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핀펫(FinFET)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집적도가 높아져 생산효율이 좋아지고 전력소비량도 줄어든다.

경쟁자인 대만의 TSMC는 아직 공정 기술이 16나노미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 기술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할 준비까지 마쳤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사와 14나노미터 핀펫 공정 기술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공정 기술을 글로벌파운드리도 이용해, 두 회사의 공장에서 모두 같은 정밀도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기술은 앞서지만 생산 물량이 더 적은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경쟁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될 차세대 AP를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14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이전부터 애플의 AP를 생산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8월 미국 외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관련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