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에 가서 종일 줄만 서다가 온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 놀이동산 줄 서기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면?"

"새로 나온 갤럭시 노트 엣지의 독특한 디자인을 도드라지게 하면서도 액정 파손을 막는 커버 디자인은?"

경기도 수원시 ‘삼성 디지털 시티’ 에서 삼성전자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에 대한 설명회를 임직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내 집단 지성 시스템 '모자이크(MOSAIC)'에 올라온 제안들이다. 모자이크는 임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을 활성화하고 집단 지성을 통해 아이디어가 창조적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시스템이다. 모자이크란 이름은 다양한 임직원들이 모여 큰 의미를 만든다는 뜻이다.

모자이크의 하루 평균 사용자는 4만7000명에 달한다. 평균 접속 횟수는 9만6000회를 기록하고 있다. '상시 아이디어 제안' 코너에는 현재 6000건 이상의 아이디어가 올라와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단기간에 집단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코너에는 60여개 주제에 1만여건의 제안과 댓글이 등록돼 있다.

지난 7월 열린 '경영진과 함께하는 온라인 임직원 대토론회'는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9만8000여명 가운데 7만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우리 회사가 IT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토론회에 참여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회사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시도 자체가 대단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영진과 소통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토론회에 나온 의견 가운데 기술이나 제품 전략 관련 내용이 40% 정도로 가장 많았다. 조직 문화나 인사 제도에 대한 제안도 적지 않았다.

지난 수년 동안 창조와 혁신의 대명사는 애플이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했다. 후발 주자였던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모자이크처럼 창의적인 사내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모자이크에 등록된 아이디어가 임직원들의 평가를 거쳐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C랩(Creative Lab)'을 통해 지원한다. C랩은 창조적 조직 문화 구축과 창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들에게 독립된 근무 공간과 성과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제도이다. C랩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선발되면 1년간 현업 부서에서 벗어나 해당 프로젝트를 팀 구성부터 예산 활용, 일정까지 스스로 운영할 수 있다. 최초에 수립된 목표을 이루지 못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건설적 실패'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올해 공모전에는 3000여명의 임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2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C랩 프로젝트의 1호 과제는 안구(眼球) 마우스였다. 삼성전자 연구원 두 명이 루게릭병으로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개발에 나서 수백만원대 안구 마우스를 5만원 정도에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C랩에 대한 높은 관심에 호응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연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김남용 상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임직원들에게도 C랩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작년 인도 방갈로르 연구소에 도입했고 해외 연구소에 도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