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관광버스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확보한 실내 주차장이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관광버스용 주차장이지만 일부 대형 버스가 이용하지 못할 만큼 진출입로가 좁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종로구 소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 따르면 호텔 지하 2층 버스 전용 주차장은 종로구청으로부터 임시사용을 승인받지 못했다. 호텔이 지난 2월 개장한 점을 감안하면 1년 가까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가 들어선 종로6가 289-3번지 일대는 1960년대 전차(電車) 차고지로 쓰이다 고속버스 터미널로 변경됐다. 고속버스 터미널이 1975년 강남으로 이전하고 호텔이 들어서기 전까지 실외 주차장으로 활용됐다. 지척에 흥인지문과 동대문시장이 있어 관광객이 많은 터라 주로 관광버스가 주차했다.

붉은색 테두리 안쪽 부분이 현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가 들어선 부지다. 이 항공사진은 호텔이 들어서기 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차장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면 당장 도심 관광버스의 주차난이 우려됐다. 이에 서울시는 호텔 소유주인 동승그룹과 협의해 호텔 지하에 25면(面) 규모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을 마련토록 했다.

주차장은 지난 2월 호텔 개장 시기에 맞춰 완공됐다. 그런데 주차장 진입로가 너무 좁아 일부 대형 버스가 통과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버스는 일반 승용차보다 길어 회전 반경이 크다. 이를 감안해 호텔 측은 지하 2층 버스 전용 주차장 진입로를 따로 설계했다. 진입로의 폭은 직선구간에서는 3.4m, 곡선구간은 4.8m에 이른다. 승용차라면 너끈하게 오갈수 있지만 길이 12m가 넘는 버스는 진출입이 용이하지 않다.

요즘 관광버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관광버스 ‘유니버스’는 길이가 12.03m(노블 등급 기준)다. 기아자동차의 ‘그랜버드 이노베이션’도 12.49m(실크로드 등급 기준)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의 주차장 입구(위). 버스 진입로가 오른쪽에 따로 마련돼 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가로막힌 상태다.

차량 길이 뿐만 아니라 차 앞·뒤 바퀴간 거리(축거) 역시 회전 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이 주차장 진입로에 어떤 버스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축거가 긴 버스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관계자는 “실제 버스로 실험하면 진입로에 낄 수 있어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관광버스 80%가량만 이용할 수 있다. 대형기종 20%는 통과하지 못한다. 호텔 측과 주차장 사용방안을 협의한 뒤 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버스 주차장 진출입로 관련 법적 규정이 없다.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일반 승용차용 주차장 진출입로(곡선형 기준) 너비를 3.6m 이상(2개차로의 경우 6.5m 이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버스용 주차장에 대해선 규정이 따로 없다. 실내 버스 주차장은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터라 참고할 사례도 없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초대형 버스 '유니버스'. 앞뒤 길이가 12m에 달한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관계자는 “처음 호텔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는 대부분의 버스가 이용할 수 있다고 나왔으나 지난 2년간 관광버스가 대형화되면서 일부 버스가 진입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도심 관광버스 주차공간 수요는 788대 수준이다. 현재 확보된 것은 571대(확보율 73.6%)에 불과하다. 시는 오는 2018년까지 도심 관광버스 주차공간을 927대로 늘린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