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오희성 씨는 펀드 환매를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무조건 장기 보유하라’고 조언한다. 1999년 현대투신운용이 출시한 바이코리아 펀드에 500만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이 반토막 나 속앓이를 했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보고 언젠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10년 넘게 묻어뒀더니 지금은 누적 수익률이 400%에 육박한다. 오 씨처럼 1999년에 이 펀드에 가입한 뒤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50명 정도다.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이 설정된 지 7년 만에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됐다. 한 때 제2의 바이코리아 펀드라고 불리며 해외 펀드 투자 열풍을 주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50%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그런데 실제로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는 많지 않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잇따라 환매를 하면서 4조원에 달했던 설정액이8000억원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인고의 시간을 꾹 참고 견뎠거나 펀드에 가입한 것을 잊은 사람들만 본전을 찾게 됐다.

2006~2007년 펀드에 가입한 뒤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인사이트펀드 소식은 한 줄기 희망이 됐지만 사실 이는 흔치 않은 케이스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인사이트펀드는 초기에 80%를 넘었던 중국 투자 비중을 한 자릿수로 확 줄이는 등 거의 새 상품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원금 회복이 가능했다는 것.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특정국가에 5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여전히 원금을 까먹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중국펀드 붐 이끌던 미차솔·봉차, 엇갈린 수익률

지난 2006년 설정돼 중국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미래에셋 차이나 솔로몬(미차솔)과 신한BNPP봉쥬르차이나(봉차)에는 각각 1조4000억원, 1조7000억원의 자금이 남아있다. 수익률은 확연히 개선되고 있지만 매년 수천억원씩 환매되며 덩치가 줄고 있다.

봉차는 원금을 회복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다. 2004년 설정된 첫번째 펀드는 누적 수익률이 98.9%, 2006년부터 판매된 두번째 펀드는 57.9%다.

반면 미차솔은 2006년 설정된 첫번째 펀드는 수익률이 플러스가 됐지만, 2007년에 판매된 두번째, 세번째 펀드는 여전히 손실을 내고 있다.

두 펀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국 이외 국가에 대한 투자 비중이다. 봉차는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다른 국가 주식을 6% 정도 담고 있는데 미차솔은 1%도 안된다. 룩셈부르크 등 선진국 주식 비중을 조금씩 확대한 것이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 일본·베트남 펀드 원금 언제 건지나…여전히 30% 손실

일본펀드와 베트남펀드도 여전히 30% 안팎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펀드는 2006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인기를 끌었지만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일본 증시가 10% 이상 하락하며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졌다. 가장 많이 팔린 프랭클린재팬자 펀드는 당시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지만 현재는 1000억원 정도 남아있다. 설정 이후 31.8% 손실을 내고 있다. 일본 증시에 100% 투자하고 있는데 현재 닛케이지수와 토픽스지수 모두 2007년에 기록했던 고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2의 중국펀드라고 불리며 1조원 이상의 뭉칫돈을 끌어모았던 베트남펀드도 마찬가지다. 당시 폐쇄형 펀드로 판매됐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2는 -31.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 1(주혼)(C)는 -25.9%다.

수익률 회복이 더딘 이유는 인사이트펀드와 달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총 자산의 50% 이상을 그 나라 주식으로 채워야 한다는 법 규정이 있다. 인사이트펀드는 지역이나 투자방식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하는 펀드로 출시돼 이런 규정에서 자유롭다. 출시 당시에는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80%를 넘었지만 최근 2%까지 확 줄였다. 대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식을 90% 이상 담고 있다. 수익률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펀드의 성격이 아예 달라졌다.

가입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원금을 까먹고 있는 펀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계속 묻어두기보다는 환매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내년부터는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손실 본 해외펀드 투자자들에게 적용되던 세제 혜택도 사라진다.

정준환 하나은행 PB본부 팀장은 “세제 혜택이 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펀드 투자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라면서 “우리나라처럼 주가 수준이 많이 떨어진 주식에 옮겨 타는 방향으로 리밸런싱(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좋을 것”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