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 경쟁본부장(공정거래위원회 파견)

지난 정부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운영했다. 국경위는 국가경쟁력관련 과제를 발굴해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후 보고서가 다듬어지면 국경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당 과제의 장관이 대통령께 보고한다. 그러면 위원들 간에 토론이나 자문을 받아서 안건이 다듬어지면 이것을 관계부처에서 시행하고 두서너 달 뒤에 실행상황이나 결과를 보고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곳에서 130여개의 대과제와 1,300여개의 세부과제가 보고되고 실행되었다. 이것만 잘 집행되어도 국가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리라. 이번 정부에서 발표하는 과제들 중에서 국경위에서 취급했던 과제들이 많다. 그때 발표했던 정책이 제대로 집행이 되었는지를 꼼꼼하게 집어 봐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그때 보고했던 과제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위그선 산업 활성화 방안이었다. 위그선은 2가지 타입이 있는데 하나는 바다 위 2m정도 떠서 시속 180킬로미터로 비행하는 선박과 바다위 10m 이상 떠서 비행하는 비행기 개념의 위그선이 있다. 그날 보고한 위그선은 2m 부상하는 선박개념의 위그선이었다. 위그선 산업은 향후 국가의 성장 동력이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고 안전문제를 더욱 보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바다 위 2m정도 떠서 시속 180킬로미터로 비행하는 선박이니 해상 운송의 일대혁신이 일어날 아이템이다. 그러니 안전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이후 위그선 운항관련 법령정비, 영국의 로이드의 선급심사 등의 선박관련 기술 승인 등 법령과 기술적 부분은 거의 마무리되었다. 이제 비행하는 날만 남았다. 그러던 차에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안전문제는 더욱 이슈가 되었다. 안전문제를 100% 담보하지 못하면 위그선을 뛰우기 어려워 졌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이런 혁신적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1금융권, 벤쳐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권에서는 매출이 없고 담보능력이 없으니 대출이나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것이 자금지원을 거절하는 대부분의 이유이다. 이런 현상이 어디 위그선 산업에만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산업 중에 가장 낙후된 분야가 금융 산업이다. 아니 산업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수입으로 금융회사는 유지되는 듯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밝힌 국가경쟁력관련 지수에서 우리나라의 금융관련 순위는 144개 국가 중에서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 100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 107위, 대출의 용이성 120위이다. 그러면서도 은행건전성은 122위이다. 금융 산업이 이렇게 낙후되어 있으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과연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의 속성은 얼마나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냐에 있다. 창조에는 항상 실패의 부담이 따른다. 창조경제를 꽃피우려면 실패를 완충해주는 금융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금융 산업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 MIT는 창업의 요람이다. MIT 출신들이 만든 기업이 4만개, 매년 졸업생이 새로 창업하는 벤처기업이 900개이다. 반면 서울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 출신들이 얼마나 창업을 하고 있을까?

창업의 인프라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 핵심은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다. 기술과 서비스만 확실하다면 금융, 경영컨설팅, 마케팅, 해외 수출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는 없을까? 창조경제 인프라는 5년 만에 다 갖추기 어렵다. 다른 것보다 진정한 엔젤펀드나 벤쳐캐피탈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 삼성고시 등에 수십만 명이 몰리기보다는 창업으로 몰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들 딸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자랑하기 보다는 창업했다고 자랑하는 나라가 되어야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