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속화되는 일본 엔화 약세가 우리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수도권 자동차와 동남권 기계류 수출이 둔화됐고,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 관광객이 감소하며 동남권 서비스업 매출이 줄었다. 일본이 주(主)시장인 제주도 넙치 수출과 전북의 장미·백합 화초류 수출도 엔저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전자부품업체는 원가 절감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BOK 골든북)’를 통해 “최근 엔화 약세로 그동안 지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해온 자동차·철강·전자부품 업체의 수출 감소가 심화되는 등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반면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일부 제조업체는 엔화 약세로 제품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지역 경제는 회복 모멘텀이 강하지 않지만 완만한 개선 추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한은 16개 지역본부가 지역업체와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다. 이 조사는 기업의 주관적인 판단을 조사한 것으로 실제 경제성장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10~11월 전체 지역 제조업생산은 소폭 증가했다. 수도권·충청권 제조업생산이 IT제품·자동차 중심으로 늘었다. 주요 자동차업체의 임금협상 타결과 신차출시 효과로 충청·동남권 완성차생산이 증가했다. 자동차부품도 충청권 중심으로 늘어났다. 반면 동남·호남·대경권 제조업생산은 보합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호남권 석유정제 산업생산이 감소했고, 동남권은 조선업황 부진에 영향을 받았다.

한은은 “앞으로 제조업생산은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회복 지연, 엔화 약세,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 등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업생산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도권·동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소폭 증가했다. 중국 관광객이 증가하며 관광·여가 관련 서비스업과 운수업 업황이 다소 회복됐지만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며 도소매업은 부진했다.

소비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해 소비 회복세는 미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수도권·충청권 소비가 보합세를 보였고 동남권은 감소했다. 수도권은 백화점 매출이 부진했고, 충청권은 가전제품·가구·휴대전화 등 내구재 판매가 좋지 않았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동남권은 백화점·대형마트 매출이 부진해 소비가 소폭 감소했다. 강원·제주권은 관광객 증가로 소비가 소폭 증가했다.

10~11월 중 설비투자는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부 IT업종의 설비투자가 늘어났지만 대부분 제조업체가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정도에 머무르며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보였다. 건설투자는 토목 부문은 부진했지만 주거용 건물건설이 늘어나며 수도권·대경권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철강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다. 10월 중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41만명 늘어나며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 분기(52만명)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수도권·강원권 등 대부분 지역의 주택매매가격이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