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KDB대우증권 신임 사장

KDB대우증권이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겸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확정했다.

26일 오전 KDB대우증권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홍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확정했다. 홍 사장 내정자는 12월 12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김기범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넉 달만이다.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홍 내정자는 정통 대우맨으로 분류된다. 대우증권에 입사하고서는 4년간의 지점 근무와 5년간의 법인영업부 근무, 1년 반의 홀세일 사업부 생활을 제외하고서는 리서치센터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투자분석부장과 기업분석부장, 리서치센터장 등을 지냈다.

홍 내정자는 2004년 ‘디플레이션 속으로’라는 책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가 저성장ㆍ저금리의 디플레이션 기조로 진입했다고 지적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가진 애널리스트로도 잘 알려졌다. 최근에는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책에서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이 종합적으로 침체기에 빠진 ‘전환형 복합불황’ 시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열혈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2중으로 된 책장에 책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책마다 홍 내정자가 손 글씨로 직접 메모해둔 메모지와 각종 자료가 붙어 있다. 그는 “지금까지 다수의 책을 냈는데, 평소 책에 써두었던 메모들이 저서 집필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홍 내정자는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데다,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 서울 도봉구에 오래 거주해온 그는, 수년 전 도봉구청 관계자들과 등산을 하면서 ‘지역에 돈 좀 그만 쓰고, 그대로 내버려둬라’라는 말을 했다가 구청 관계자들과 다소 서먹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홍 내정자는 사장 내정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들 모임인 서강금융인회(서금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여의도 증권가에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내정자는 “서금회에는 과거 영업 부서 근무 당시 한두 번 참여한 것일 뿐 맴버들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며 “서금회와 나를 연결짓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홍 내정자는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한편, 대우증권이 신임 사장을 찾아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장 증권사 사장 자리가 넉 달이나 공석이었던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김기범 전 사장이 지난 7월 말 사의를 표명한 이후 9월, 처음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는 박동영 전 대우증권 글로벌마켓부문 대표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리지 못했다. 당시 증권가에는 특정후보 내정설에 부담을 느낀 사추위와 대주주인 산은금융지주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10월말에는 이영창 전 준법감시본부장(부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부사장 역시 2주 뒤인 11월 중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임시주주총회는 제때 열리지 못하고 연기됐다. 또 한 번 주주총회가 미뤄지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산은금융지주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눈치 보기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