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금융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송금, 지급 결제는 물론 투자, 대출까지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 '핀테크(Fin-Tech)'가 금융 소비 행태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은행을 통한 현금 거래로 태동한 금융은 신용카드와 인터넷 뱅킹의 출현으로 각각 현금과 지점 방문의 필요가 사라지게 만든 1, 2차 혁명을 겪었다. 이후 이제는 금융회사가 아닌 IT기업이 실질적인 은행·카드사 역할을 대행하는 3차 금융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핀테크, 간편 결제 수단으로 태동

핀테크는 IT를 활용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아우른다. IT기업이 금융사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송금, 카드 결제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페이팔(이베이), 중국의 알리페이(알리바바) 같은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핀테크(Fin-Tech)’ 세상이 열렸다. 사진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하는 모습.

태동은 간편 결제였다. 이베이나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더 간편하게 대금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내놓은 게 자체 계정이었다. 소비자가 돈을 넣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연계시킬 수 있는 계정이다. 이후 소비자들은 원하는 물건을 찾아 구매 버튼을 누른 뒤 4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일일이 송금하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불편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호응을 얻자, 후속으로 송금, 대출, 투자 같은 서비스가 줄줄이 출시됐고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전체 IT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의 4개 사업 분야

핀테크의 사업 영역은 크게 4개 분야로 나뉜다. 첫째, 송금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카카오톡 친구끼리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는데, 편의성과 비용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하려면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이 필요하지만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증 절차를 생략하고 송금할 수 있다. 또 해외 송금의 경우 은행을 이용하면 '송금자→송금은행→중개은행→수취은행→수취인' 등 단계를 거치면서 절차별로 송금수수료, 중개수수료, 전신료 등 수수료가 들어가지만, 미국 페이팔을 이용하면 페이팔 계정을 가진 사람끼리 돈을 주고받으면서 페이팔에만 수수료를 지급하면 끝난다. 영국에선 핀테크 업체를 통한 해외송금수수료가 은행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송금 기간도 1~3일로 은행의 3~8일보다 짧다.

이런 송금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미국의 모바일 송금 전문업체 '벤모(Venmo)'는 올해 2분기에 1년 전보다 347% 증가한 4억6800만달러의 송금 실적을 올렸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케냐 통신업체 '사파리콤'은 휴대폰 계정의 돈을 문자메시지로 송금하는 서비스를 2007년 출시해, 케냐 성인의 74%(2300만명)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송금액은 케냐 GDP의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둘째, 지급결제이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제공하는 계정을 통해 물건을 사는 수준에서,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바코드 등의 형태로 입력해 놓고 물건을 산 뒤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또 계정에 돈, 쿠폰, 선불카드 정보 등을 넣은 뒤 금액 내에서 결제를 하는 체크카드 방식도 있다. 구글, 알리페이, 페이팔, 애플 등이 이런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편의성을 무기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기업이 활용하고 있다. 미국 커피 전문업체 스타벅스는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선불카드 판매로 전체 매출의 9.2%를 올리고 있다. 또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14곳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은 올해 3530억달러에서 2017년 721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셋째, 투자·대출이다. 단순히 스마트폰 뱅킹을 통해 은행에 예금하거나 대출받는 형태가 아니다. 전문업체의 홈페이지와 앱 또는 SNS에 투자를 받기 원하거나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자신의 사연, 재무상태, 상환 계획 등을 올리면 관심 있는 사람이 신청자에게 직접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직거래 시스템이라 중개업체에 약간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차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돈 거래를 할 수 있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은행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윈윈 효과가 나는 것이다. 독일의 인터넷 전문은행 '피도르(Fidor)'는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엔 개인자산관리까지 하고 있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넛메그(Nutmeg)는 자체개발한 앱을 통해 1000파운드(172만원) 이상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해 자산관리를 해주면서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또 중국 알리바바의 위어바오는 자사 계정에 들어 있는 고객의 여유자금을 자산운용사를 통해 관리해주고 있다. 중국의 수시입출식 예금 평균 금리는 연 0.35% 수준에 불과한데, 위어바오는 5~6% 금리를 주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결제, 송금, 예금·대출, 자산 관리 등 금융 서비스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흐름을 뜻한다.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T) 기업과 신생 금융회사들이 핀테크를 활용해 기존 금융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