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산다 기가 팍팍! 기가 산다 기가 인터넷! 최고! 최고!”

21일 오전 8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KT 서대문지사 회의실. KT 올레 마크가 선명한 점퍼를 입은 직원 20여명이 하루의 시작을 구호로 외쳤다. 이들은 아침조회가 끝나자 각자 맡은 신규개통과 사후관리 (AS) 지역을 꼼꼼히 살피며 동선을 확인했다.

소비자서비스팀에서 일하는 사원 김성룡씨는 “지난달 출시한 기가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신청이 크게 늘었다”며 “미리 현장 상황을 살펴봐야 완벽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8시 30분. KT 아현국사 직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아침조회를 하고 있는 모습.

◆ ‘기가 인터넷’ 서비스…영화 한 편 8초면 ‘끝’

김씨는 이날 첫 작업지인 마포역 인근의 한 아파트 통신실로 향했다. 아파트 통신실에는 KT는 물론 SK텔레콤(017670), LG 유플러스의 인터넷 장비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주배선반(MDF)는 아파트로 들어온 통신선로를 아파트 안 각 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1000Mbps(초당 1000메가비트)속도를 내는 기가인터넷 서비스는 KT가 유일하다.

KT는 지난 5월부터 기가인터넷이 가능한 대용량 광회선단말(OLT) 시스템을 전국에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KT가 앞서 운영하던 가정내 광가입자망(FTTH)을 개선해 가입자 수용량을 8배, 동시 트래픽 처리용량은 40배(약 2테라바이트)로 향상시킨 것이다.

작업팀은 통신실의 작업을 마친 뒤 서비스에 가입한 집으로 올라갔다. 집안 안에 설치된 세대 분전반을 통해 광케이블을 모뎀과 연결해 설치 작업을 마무리했다. 광케이블이 집안 모뎀까지 직접 연결되는 100% 기가 인터넷인 셈이다.

첫 작업지였던 마포의 한 아파트 가정내 설치된 기가 인터넷 모뎀의 모습. KT의 기가 인터넷은 광케이블 가정내까지 직접 연결되는 순도 100%의 기가 인터넷이다.

작업팀의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가입자의 컴퓨터를 직접 켜서 실제 속도가 정상 수준까지 나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았다. 이날 측정한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892.79Mbps, 업로드 속도는 820.40Mbps가 나왔다. 1기가바이트(GB)짜리 영화 한 편을 8초, MP3 음악 100곡을 3~4초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주부 전경수(61)씨 “대학생인 딸과 동시에 노트북을 쓰고 있으면 한쪽의 인터넷 속도가 느려져서 불편했었다”며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지난 10월 20일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5만명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 KT, 광(光)케이블만 61만㎞ 보유

KT 지하통신로를 점검하기 위해 KT 혜화지사로 이동했다. 1977년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지은 KT 혜화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혜화지사의 지하는 깊이 30m, 천장 높이가 4m쯤되는 지하통신로와 연결된다.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을 걷기 시작하자 머리 위로 가끔씩 ‘덜컹덜컹’ 지하철이 지나는 소리가 들렸다.

터널 벽면과 천장은 손가락 굵기의 광케이블들이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광케이블은 기가인터넷을 구현하는 신경망이나 다름 없다. 케이블 한 가닥에 최대 640가구에 기가인터넷을 제공한다. 이날 오전 방문한 마포의 아파트도 이런 광케이블과 연결된다. .

이경훈 KT 강북네트워크 운용본부 과장은 “통신 선로의 대부분이 지하통신로로 연결돼 폭우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며 “전국적으로 61만㎞에 달하는 광케이블을 보유하고 있어, 통신3사 가운데 가장 넓은 서비스 지역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KT혜화국사에 위치한 전송실의 모습. 각 지역별로 전송되는 데이터 신호가 이 곳을 통해 지나가고 있다.

혜화지사 건물 2층에는 그물망처럼 복잡한 통신선로를 관리하는 전송실이라는 시설이 있다. 전송실 안에 발을 들여놓자 통신장비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했다. 쌀쌀한 건물 밖과 사뭇 달랐다. 통신장비들은 마치 아무런 문제 없이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불빛이 쉴새 없이 깜박였다.

전송실 천장에는 광화문, 을지, 성북, 월곡 등 지역 이름이 팻말이 보였다. 혜화지사는 서울지역의 각 지사와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 지역 통신망의 ‘관문’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만큼 혜화지사에는 사고에 대비한 각종 최첨단 장비와 시설이 집중됐다. 갑작스런 정전에도 통신장비가 꺼지지 않도록 예비전력을 모아두는 무정전전원장치(UPS)와 자가발전기가 설치됐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KT 망관제센터와 연결돼 24시간 설비를 제어·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