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택 모형을 둘러보던 방문객들의 눈이 전용 33㎡(약 10평)짜리 아파트 평면도에 쏠렸다. 이 단지는 1085가구의 일반 분양 물량 중 153가구가 전용 33㎡(11가구)를 비롯해 37㎡(83가구)·45㎡(59가구) 등 50㎡ 미만의 '초미니 아파트'로 이뤄졌다.

조승완 GS건설 분양소장은 "독신자나 신혼부부가 살기 좋도록 붙박이 전자제품을 넣고 수납 공간을 강화하는 등 특별 설계한 평면을 적용했다"며 "세를 놓아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에서 전용 50㎡ 미만의 '초미니 아파트'가 틈새 상품으로 뜨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올 들어 공급됐거나 계획된 전용 50㎡ 미만 아파트는 756가구다. 최근 2년간 연간 260~270가구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원룸만 한 초미니 아파트 분양 붐

'초미니 아파트'는 일반적인 '미니 아파트(전용 60㎡)'보다도 훨씬 적은 원룸이나 작은 방 2개짜리 형태다. 지금까지는 소형 주택(60㎡ 이하) 의무 공급과 용적률 등 각종 제한 때문에 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물었다. 건설사들도 면적이 작을수록 건설비용 대비 수익(收益)이 빈약해 꺼렸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초미니 아파트'를 새 투자 상품으로 속속 출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이달 선보이는 '래미안 에스티움'은 전용면적 전용 39㎡ 5가구, 49㎡ 13가구 등 18가구를 '초미니'로 만들었다. 전체 일반 분양 물량(794가구) 중 2% 정도이지만 모델하우스 개관 전부터 여의도 등 주변 업무 지역 직장인들의 문의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도 서울 서대문구에 내년 초 선보이는 '북아현 푸르지오'에 전용 50㎡ 미만을 포함할 계획이다.

'초미니 아파트'는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달 선보인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파크뷰 자이'는 전체 1186가구 157가구가 전용 45㎡로 구성됐다. 이 주택형은 평균 1.4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에서 청약 마감됐다. 기존 '초미니 아파트'도 매매 시세와 임대료가 모두 오르고 있다. 서울 잠실동 '리센츠'의 전용 27㎡ 아파트는 현재 월세 시세가 월 150만원(보증금 2000만원) 정도로 작년 11월보다 30만원 정도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역삼 아이파크'에 일부 있는 전용 28㎡짜리 아파트도 매매 시세가 올 초에 비해 최대 7000만원까지 올랐다.

생활 편리하고 관리비 저렴

'초미니 아파트'의 인기 비결은 경쟁 상대인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생활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단지 내 주차장·공원 등 공용 시설이 오피스텔보다 잘 갖춰져 있고 관리비도 싸다. 분양 가격이 오피스텔보다 비싼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의 계약 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전용률)이 점차 높아지고, 발코니 확장으로 인한 서비스 면적이 늘어나면서 오피스텔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경우도 등장한다. '경희궁 자이' 전용 33㎡는 총 분양가가 3억원 초반대로 주변 전용 면적이 비슷한 입주 10년차 오피스텔 매매 가격(2억7000만원대)과 대등하다.

전문가들은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초미니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했던 오피스텔이 과잉 공급과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률이 낮아지는 데다 월세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초미니 아파트'는 임대 수익률과 투자 안전성·시세 상승 가능성에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양호하다"며 "다만 건설사 입장에서 미니 아파트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운 만큼 단기간에 공급이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