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I&C가 올 2월 종료한 '오도독' 서비스 종료 안내문

신세계그룹 IT서비스 계열사인 신세계I&C는 2012년 시작한 전자책 서비스 ‘오도독’을 올 2월 종료했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연구개발(R&D)비의 상당수를 오도독에 투입했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오도독에서 전자책 98권을 구입했다는 한 사용자는 “전자책을 팔면서 진짜 ‘책’을 파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전자책도 종이책처럼 일정 가격을 주고 구입하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서비스가 종료된 경우, 더는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 들어 신세계I&C에 이어 11번가, KT미디어허브, 삼성전자(005930)등이 잇따라 국내에서 전자책 서비스 사업을 중단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PwC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전자책 시장 규모는 115억5900만달러(약 12조8700억원)로 2012년 대비 33%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줄줄이 서비스를 접어야 했던 속사정은 무엇일까.

◆ 전문업체는 ‘살고’…부업으로 뛰어든 기업은 ‘실패’

지금까지 국내 전자책 시장을 살펴보면 전문기업들은 종이책 사업과 병행해 서비스를 지속해오고 있지만,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11번가의 경우 올 8월 인터넷서점 ‘도서 11번가’를 접으면서 전자책 서비스도 철수했다. 대신 11번가는 예스24와 인터넷 교보문고와 손잡고 도서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직접 사업을 하기보다는 비교적 위험부담이 적은 입점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KT미디어허브는 올 10월 1일부로 올레e북 서비스를 전자책 전문회사인 바로북에 이관했다. 바로북 회원에 가입하면 기존 올레e북을 통해 구매했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했다.

삼성전자 역시 전자책 서비스 ‘삼성북스’를 다음달 28일까지만 국내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해외 서비스는 이미 종료했다. 2010년 ‘리더스 허브’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콘텐츠 서비스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소니의 전자책 단말기를 한 사용자가 체험해보고 있다.

◆ 제한된 시장서 경쟁 심화…콘텐츠 부족 해결돼야 소비자 잡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연간 기준)은 2010년 10.8권에서 지난해 9.2권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장은 좁아지는데 브랜드만 믿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는 부각시키지 못한채 경쟁만 심화됐다.

국내 출판업계가 아직까지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으면서 시장에 필요한 콘텐츠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파크도서가 지난해 출판업계 관계자 8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6.9%가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작 등 콘텐츠 보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격이나 독서문화 활성화, 전자책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콘텐츠가 있어야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자책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음악의 경우 MP3파일을 통해 어떤 기기에서든 자유롭게 재생·감상이 가능하지만, 전자책은 초기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과정에서 업체별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며 “서비스 기업들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단말기나 DB 포맷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