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경영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소공롱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청정 에너지 혁명과 파괴적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10~20년은 산업혁명 이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시기가 될 것입니다.”

토니 세바(Tony Seba)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 교수는 19일 “정보기술(IT)과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산업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막한 ‘제2회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세바 교수는 “기업과 정부, 사회는 산업을 통째로 바꾸고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과 혁신, 청정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전문가다. 또 경영자와 연설가, 전략 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바 교수는 파괴적 혁신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전기자동차(EV)와 태양에너지를 꼽았다. 세바 교수는 “2020년이면 대부분 차량이 전기차로 대체된다”며 “전기 모터는 기존 내연 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이 5배 높고 충전 비용도 저렴할뿐 아니라 기존 차량만큼 부품이 많지 않아 유지비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세바 교수는 전기차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테슬라를 들며 “혁신은 주로 예상 밖의 ‘아웃사이더’가 주도한다”며 “이는 전통 기업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혁신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통 자동차 산업에서는 닛산과 BMW 2곳만이 전기차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무인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의 역할과 도시의 모습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바 교수는 “지금처럼 차량의 80%가 주차된 상태가 아니라 돌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차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면 된다”며 “이와 함께 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유하면서 신차 시장이 80%까지 줄어들고 주차공간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점점 스마트폰 시장과 비슷한 형태를 띌 것으로 내다봤다. 세바 교수는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다고 했는데, 폭스콘이 기기를 만들면 구글처럼 무인자동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플랫폼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경영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소공롱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청정 에너지 혁명과 파괴적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기업들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스스로 파괴하고 혁신을 주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도 했다. 세바 교수는 “기업들은 현재 3D프린터, 인공지능, 로봇, 센서, 크라우드 컴퓨팅 등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10~12개 기술 분야의 흐름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3~5년간 혁신하지 않으면 전통 산업 강자도 과거 노키아나 코닥처럼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바 교수는 “벤처 요람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자기혁신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혁신을 주도할 것”며 “한국의 경우 탄탄한 기술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기업의 파괴적 혁신 DNA는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혁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세바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파괴적 혁신은 전통 산업을 파괴해 일자리를 없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대비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10~20년은 수많은 산업이 뜨고지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이런 과도기에 국민이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아 새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주장이다.

세바 교수는 또 정부는 기업이 오염물질이나 쓰레기 배출하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기업들이 쓰레기를 만들면 돈을 안내고 대신 개인이 세금을 낸다”며 “기업이 환경세를 내야 청정 에너지 혁명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