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핑크파우치'를 운영하는 이재윤(30) 롤링스퀘어 대표는 '벤처 1세대'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로부터 '창업 과외'를 받고 있다. 올 3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스마일게이트의 창업 지원 공간 '오렌지팜'에 입주하면서부터다.

2002년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한 권혁빈 대표는 '크로스파이어(Crossfire)'란 온라인 게임 하나로, 작년에만 전 세계에서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게임업계의 '신화(神話)' 같은 인물. 권 대표와 임원진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이곳에 방문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주 스타트업(start-up·창업 초기의 신생 벤처기업)과 온종일 사업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언해준다. 스마일게이트의 중국 및 법률전문가로부터 중국 진출을 위한 집중 멘토링도 받았다. 최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50만∼200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는 사무실과 초고속 인터넷도 1년간 무료로 지원받고 있다. 이 대표는 "광범위한 인맥, 전문가 멘토링, 심지어 스타트업이 챙기기 어려운 법률·홍보 분야까지 값을 매길 수 없는 큰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1세대들이 단순히 어려운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만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기업을 발굴해 과감히 투자하고 제2, 제3의 '대박'을 기대하는 실리적인 목적도 있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해 시가총액 5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시킨 김정주 NXC 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현재 벤처투자자로 제2의 인생을 산다. 2010년 '콜라보레이티브(Collaborative) 펀드'를 결성해 국내외 7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본인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그가 투자한 미국 동영상 제작업체 '메이커스튜디오'는 올 3월 디즈니에 5억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됐다. 2011년엔 카이스트(KAIST)에서 창업 특강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팀을 발굴해 1년 넘게 집중 육성한 끝에, 지난해 영어학습 앱 '캐치잇잉글리시'를 내놨다.

'소프트웨어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네오위즈 공동 창업자 출신인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요즘 '투자의 귀재'로 더 유명하다. 그가 2010년 설립한 본엔젤스는 스타트업 50여곳에 투자해, 지금까지 7건의 투자 회수(exit)에 성공했다. 2006년 3억원을 투자한 동영상 검색 회사 '엔써즈'는 2011년 KT에 매각되면서 15배가 넘는 투자 수익을 남겼다. 2011년 3억원을 투자한 SNS 업체 '매드스마트' 역시 이듬해 SK플래닛이 인수하면서 1년여 만에 10배 이상 수익을 거뒀다.

벤처 육성기업 프라이머의 이택경·권도균 대표는 창업 자체를 돕는다. 이들은 각각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전자결제 회사 이니시스 창업자 출신이다. 이택경 대표는 "창업하면 크게 성공할 것 같은데도 몰라서 못 하는 엔지니어가 많다"며 "이들을 창업으로 이끌고 성공할 수 있게 돕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오타 수정이 편리한 스마트폰 키보드 앱(응용프로그램) '큐키'가 좋은 사례다. 이 앱을 만든 김민철 대표는 원래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특허만 대기업에 넘기고 손을 떼려 했는데, 이택경 대표의 꾸준한 설득 끝에 회사를 창업했다. 김민철 대표는 "특허를 넘겼으면 수백만원 정도 받고 끝났겠지만, 창업을 해서 내 아이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천억~수조원대 성공에도 안주(安住)하지 않고 다시 창업에 뛰어드는 '1세대'도 있다. NHN(현 네이버)을 공동 창업한 이해진 의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만들었다. 라인은 현재 이용자가 5억명이 넘는 세계 3위 메신저다. NHN 공동 창업자였던 김범수 의장도 벤처기업 카카오(현 다음카카오)를 창업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제2의 벤처 신화(神話)'를 썼다. 김범수 의장은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번 창업자들이 각종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재창업을 해서 새로운 사업을 키워나가는 일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