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100㎞ 이상 떨어진 섬 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력 공급이다. 섬의 규모가 커서 자체적으로 전력 발전(發電) 장비를 갖춘다면 몰라도 발전이 불가능한 곳에는 육지에서 전력을 보내줘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초고압 해저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은 바닷속에서 66㎸(킬로볼트) 이상의 초고압으로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다.

LS전선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강원도 동해에 있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22만㎡(6만5000평) 규모로 한 번에 최대 55㎞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다. 2012년에는 중동 카타르에서 왕복 200㎞ 길이의 해저케이블 공사를 4억35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 공사는 당시 전력 케이블 수출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LS전선이 카타르에 공급한 해저케이블은 132㎸급의 3심 광복합 전력 케이블로 총 100㎿의 전력을 전송할 수 있다. 이 케이블은 전류를 전송하는 도체(導體)가 3개로 구성된 케이블이다. 도체로는 주로 구리를 사용하는데 절연을 위해 사다리꼴로 선을 만들어 수십개씩 꼬아 만든다. 이렇게 만든 도체를 절연층으로 감싸줘야 외부로 전류가 흘러나가지 않고 고전압에도 케이블이 안정적으로 전류를 송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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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케이블은 일반 지상·지중케이블과 달리 외부 충격으로부터 전선을 보호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한번 설치하면 최소 30년 이상 써야 하므로 바닷물로 인한 부식이나 그물, 해양 생물 등으로부터 피해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해저케이블은 다섯 겹으로 전선을 감쌌다. 우선 도체와 절연층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피복으로 전선 외부를 보호하고 외부 충격을 막는 방식층(폴리에틸렌)으로 감싸준다. 또 폴리에스터 테이프로 만든 베딩층으로 다시 한 번 보호하고 아연 도금 강선으로 케이블 표면을 감아 매설 등의 공정을 거칠 때 기계적인 힘을 버틸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끈적끈적한 아스팔트를 발라서 아연 도금 강선이 풀어지거나 부식되는 것을 방지한다.

LS전선은 카타르의 할룰(Halul)섬에 공급한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매설 공사까지 모두 맡았다. 케이블 하나의 길이가 50㎞가 넘기 때문에 수개월간 생산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가동을 중단하면 케이블이 중간에 끊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한 케이블은 지하 터널을 통해 운반선으로 옮겨진다. 운반선을 타고 카타르까지 도착한 해저케이블은 설치선으로 옮겨진다.

설치선에서는 해저케이블과 매설 작업을 진행할 무인로봇(ROV)을 함께 해저면으로 내린다. 해저에서 사람이 작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배 위에서 원격 조정해 케이블 매설 작업을 진행한다. ROV는 약 1.5∼3m 깊이로 해저면을 파고 케이블을 묻는다. 이렇게 하면 조류와 파도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저케이블이 흙으로 덮여 설치가 완료된다고 LS전선은 설명했다. 만약 해저면이 암반 등으로 이뤄져 매설이 어려운 경우 케이블을 암반 위에 놓은 뒤 자갈,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등으로 덮어 보호한다. 이 작업 역시 ROV가 전담한다.

현재 LS전선은 카타르에서 케이블 매설 작업에 한창이다. 1차 매설 작업은 지난 10월부터 다음 달까지 예정돼 있고, 2차 매설 작업은 내년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해저케이블 생산 역시 강원도 동해 공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LS전선은 2016년 2월이면 카타르 본토에서 100㎞ 떨어진 할룰섬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