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취업 박람회'. 한국인을 채용하려는 130여개 해외 기업이 부스를 차리고 즉석 면접을 가졌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미국 지사에 근무하는 인력(HR) 컨설턴트가 해외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취업 노하우를 설명했다.

"미국은 공채가 없고, 언제든지 사람을 뽑는 수시 채용이 일반적입니다. 팀워크, 친화력을 중요하게 보고요. 취업을 원하는 회사의 담당자가 있다면 '링크트인' 같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먼저 연락해서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부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최한 해외 취업 박람회. 매년 취업 철마다 해외 기업의 채용 정보와 인사 담당자 면접·상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설명을 듣던 청년 100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첩이나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학생 윤용주(24·연세대)씨는 "다들 열심히 경험과 스펙을 쌓지만 국내에서 취업한 주위 친구나 선배를 보면 다들 똑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며 "시야를 글로벌로 넓히고 다양한 삶을 살고 싶어 해외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취업하는 청년 증가

매년 반복되는 취업난, 소위 '스펙' 전쟁을 떠나 해외로 진출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좁은 국내 취업시장을 벗어나 개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취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통계에 따르면, 해외 취업자는 2008년 1434명에서 2012년 4007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청년들의 취업 선호 국가는 과거 미국, 유럽 중심이었지만 이젠 싱가포르·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대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직종도 사무·서비스직뿐 아니라 IT, 의료,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살려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성민(36)씨는 해외 취업을 위해, 우선 1년 과정의 영국 대학원에 진학했다. 구직 중 우연히 만난 채용 대행 업체와 인터뷰를 하다가 "다른 곳을 알아봐주지 말고 당신 회사에서 직접 나를 채용하면 어떻겠느냐"고 역(逆)제안을 해 '헤드헌터'로 취업에 성공했다. 유하연(29)씨는 아프리카에서 창업에 성공한 경우다. 대학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한 유씨는 탄자니아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을 살려 현지에서 게스트하우스와 스쿠버다이빙·여행사 업무 등을 하는 '클럽잔지바'라는 업체를 창업했다.

한성규(33)씨는 현재 뉴질랜드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남들이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반복하는, 마치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초코파이' 같은 인생이 싫어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무작정 비행기를 탔다"며 "마음대로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고, 일이 끝나면 자기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조화로운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인 채용을 점차 선호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 26명을 채용한 일본의 야마토운수는 앞으로도 한국인을 지속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호시노 다케시(星野武司) 인재개발과장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한국인 인재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높고 '어떻게든 회사 성과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욕도 강해, 다른 직원들에게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원하는 직종·국가 꼼꼼히 따져야

전문가들은 '장밋빛 환상'에만 빠지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이들이 해외 취업 희망자에게 권하는 5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①나에게 유리한 직종, 국가를 찾아라 ②관광비자가 아닌, 반드시 취업비자를 통해 취업하라 ③취업 알선 명목으로 선금을 요구하는 업체나, 터무니없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회사는 의심하라 ④해외 취업은 최소 3개월에서 3년이 걸리는 장기전(長期戰)이고, 업무·부서 전환 기회가 적은 만큼 신중히 준비하라 ⑤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무작정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출국 일자·근무 조건·급여·고용계약 체결 등을 마무리한 뒤 출국하라 등이다.

고용노동부·한국인력산업공단 등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멘토단 운영, 해외 취업 성공 장려금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지난해부터 펴고 있다. 고용노동부 박화진 인력수급정책국장은 "지금까지 구축해온 청년 해외 취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일자리 질(質) 제고와 실질적인 해외 진출 성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