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이 중국 경영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올 들어 세 번째 회동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은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중국에서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중국에서 사랑받고 중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삼성 경영진은 이 부회장뿐만이 아니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은 지난 9월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사장과 함께 중국 시장을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재계와 전자업계는 삼성 고위 경영진들이 이토록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을 두고 “중국 시장의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한다. 샤오미와 같은 중국 현지기업의 급성장으로 삼성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전과 달리 해외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대중국 ‘스킨십’ 경영에 한몫한다.

◆ 삼성 경영진 ‘중국發 위기 직접 챙기자’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은 성장 전망이 밝은 지역 중 하나였다.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38조188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전화 영업팀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으며 칭찬받았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에 상황은 급변했다. 위기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2분기부터였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설립 3년차인 중국 샤오미에게 뺏겼다. 삼성전자의 지난 상반기 중국 지역 순매출은 17조913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4% 줄었다. 2분기에만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원가 경쟁력 차원에서의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력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고 분석한다. 브라이언 마 IDC 연구원은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제품을 두고 “최고는 아니지만, 충분히 좋은(good-enough) 제품”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2년 내에 한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삼성 경영진이 위기감을 느끼고 직접 현장을 챙기게 된 배경인 셈”이라고 말했다.

◆ “특수한 中 시장”…삼성의 대응책은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현장 경영이 중국 시장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본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까지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해외 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대신 기술을 얻겠다는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 정책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 큰 재미를 못 본 중국 정부는 ‘자주창신(自主創新)’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자주적인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해외 기업에 줬던 혜택을 거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반독점법을 통해 외국 기업을 압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국 관영 CCTV가 삼성 휴대전화의 문제점을 30분에 걸쳐 지적하자 공식 사과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해진 것은 ‘꽌시(關係·관계)’다. 전병서 경희대 교수는 “CEO의 여권에 중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도장이 몇 번 찍혔는가가 중국 비즈니스 성공의 척도”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시진핑 주석을 재차 만나고, “중국어를 배울 걸 그랬다”고 말한 것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활동은 중국 국민의 인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 향상은 기본”이라며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과 같이 중국에 기여하는 모습으로 중국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북경 '더 플레이스'에 10월 31일 '삼성 갤럭시 라이프 스토어'를 개장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소비자와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세계 최초로 연 '삼성 갤럭시 라이프 스토어'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이곳에서는 ‘갤럭시 노트4’를 활용해 무료 커피를 주문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갤럭시 탭S’로 잡지를 보는 등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삼성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