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소개하는 미국 경영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올해 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중국 베이징 게놈연구소와 미국 IBM을 꼽았다. 두 기업은 정보기술(IT)과 융합을 통해 의료혁명을 도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최대 게놈(유전정보 전체) 분석 기관 베이징게놈연구소(BGI)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 게놈 해독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게놈 해독 정보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형 저장장치에 분산해 처리한다. 온라인에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해 비용을 낮추고 해독 시간을 줄였다. 덕분에 2003년 30억 달러에 이르던 게놈 분석비용은 수천 달러까지 떨어졌고, 몇년 안에 1000달러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게놈연구소는 지난해에는 미국의 게놈해석 장비 전문 업체인 컴플리트지노믹스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게놈연구소가 의료·생물학 분야의 구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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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막대한 용량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기술로 헬스케어 산업의 혁명을 이끌고 있다.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방대한 자료(빅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문제 해결에 필요한 맞춤형 답을 찾아낸다. 최신 연구 논문과 임상시험 결과들을 모두 수집해 분석한 다음, 환자에게 최적화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회사 웰포인트와 세계적인 암 치료 전문병원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혁신적인 의료기기로 거듭나고 있다. 징거닷아이오는 휴대전화로 환자들의 생활패턴을 수집해 위험을 알려주거나 징후를 경고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의 신시내티 아동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약 600만건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미국의 임팩트(ImPACT)사 역시 의료진과 응급 구조요원을 위한 앱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머리를 다친 환자의 균형감각과 단기기억을 현장에서 평가하는 분석 앱을 개발했다. 연간 400만~500만명의 미국인이 머리를 다치는데, 요즘 상당수 환자가 이 분석 앱으로 검사를 받는다. 나스카(NASCAR·미국 개조 자동차 경주대회)에서도 이 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스미소니언은 정보기술을 적용한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케어 앱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소비자가전쇼(CES)에는 개인의 운동량과 영양 섭취량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헬스기기의 출품 수가 지난해보다 40% 늘었다. 앞으로는 사람의 심박 수를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원격 청진기처럼 보다 정교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치도 개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의료 분야에서 3D(입체) 프린터는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실제 모습을 빼닮은 인공 귀를 만들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3D프린터를 이용해 혈관을 만들었고,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연구진은 상처 부위에 바로 붙일 수 있는 피부세포를 찍어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벤처기업 오르가노보(Organovo)사는 인공장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만들었다. 3D프린터로 만든 인공장기가 사람 몸에 이식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은 제약사 실험실에서 신약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