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선호 교수가 젓가락 모양의 수술 로봇을 얼굴 모형의 코에 집어 넣고 뇌종양 수술을 시연하고 있다.

의사의 손을 따라 움직이며 뇌 깊숙한 곳의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젓가락 모양의 수술 로봇이 개발됐다. 코를 통해 뇌로 들어가기 때문에 두개골을 절개할 필요가 없어 환자의 고통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 연구단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진은 "기존의 대형 수술로봇은 쓸 수 없던 미세한 수술 영역에 적용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 시신을 대상으로 로봇 수술을 시연했다.

로봇은 수술에 쓰이는 금속관 형태다. 지름이 4㎜에 불과해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코를 통해 뇌종양에 접근할 수 있다. 로봇은 의사의 팔과 손목,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 맨 끝에는 종양을 집어내는 핀셋이 달려 있는데, 모터 힘으로 상하좌우 90도까지 구부러진다. 덕분에 환자의 얼굴 중심 부분에 있는 뇌하수체 부근의 종양도 제거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IST 강성철·이우섭·김계리 박사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선호 교수, KAIST 기계공학과 권동수 교수가 참여했다. KIST 강성철 박사는 "앞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미세 수술 로봇이 하루빨리 환자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