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경기의 장기 불황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올 3분기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창립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분기(1조1000억원 적자)를 능가하는 ‘어닝 쇼크’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올 3분기 매출 12조4040억원, 영업손실 1조9346억원, 당기순손실 1조460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6%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지난 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800억원 적자로 전환한 이후 4분기 연속 적자상태에 빠져있다. 1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은 증권가에서 예측했던 5000억~7000억원 손실보다 2~4배 가량 큰 규모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적자폭이 커졌다. 매출은 전년대비 1% 감소한 9432억원,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523% 증가한 6063억원, 영업순손실 또한 전년대비 572% 증가한 456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조선부문에서의 저가수주 확대 ▲전기전자 및 건설장비 부문에서의 판매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에 대해서는 “조선분야와 플랜트 분야에서의 공사손실 충당금 적립과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플랜트부문 공사손실 충당금으로 5000억원을 쌓은 데 이어, 3분기에도 1조858억원의 손실 충당금을 쌓았다. 전체 영업손실의 절반 이상이 충당급 적립에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사업 부문으로 보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부문에서 1조1459억원의 영업손실이 일어났다. 반잠수식시추선과 5만톤(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 등의 작업일수 증가로 공사충당금 4642억원을 쌓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플랜트부문에서는 779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공사손실충당금 5922억원을 쌓은 데 따른 것이다.

해양부문에서는 영업손실이 103억원으로 3740억원의 손실을 봤던 전분기보다는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발주처와 계약변경을 통해 가격을 3억1000만달러 증액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매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해양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3537억원 증가한 1조2041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공사 충당금 적립이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 추진되는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새 경영진이 온 뒤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공사의 원가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고, 현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손실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예상가능한 위험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에 공정지연으로 인해 쌓아야할 충당금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임원축소, 조직개편, 원가절감, 수익성 강화 등 최근 추진되고 있는 고강도 개혁작업이 성과를 낼 경우 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분야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개혁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4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