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8개 중점관리대상기관의 정상화 계획 이행 여부를 중간 평가한 결과 어느 한 곳의 기관장에 대해서도 해임건의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방만경영 개선계획 이행 완료 시기를 두차례나 연기하는 등 봐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10월 10일을 '공공기관 정상화 데이'로 지정, 부채 감축 및 방만경영 개선 등 정상화 추진 실적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지난달 30일까지 해당 공공기관에게 실적 자료를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38개 중점관리대상기관 중 강원랜드와 한국수력원자력, 부산대병원, 코레일, 한전기술 등 5개 공공기관은 당초 계획일까지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노사협약을 타결하지 못했다. 당초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됐다면 이들 5개 기관은 방만경영 해소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해 기관장이 해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20일을 늦췄고 그 결과 강원랜드와 한수원, 코레일, 한전기술 등 4개 기관은 노사협약을 타결해 기관장 해임건의와 임금동결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특히 한전기술의 경우 중간평가 발표일 직전인 지난 29일 노사 협약을 타결해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또 코레일의 경우 지난달 27일 노사가 합의를 했지만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엄밀히 따지면 계획을 제 때 이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조합원 투표(11월 4~6일) 이후인 11월10일까지 해임건의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부산대병원은 퇴직수당을 폐지하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아 방만경영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재부는 부산대병원이 국립대병원에서 법인화되면서 해당 직원들의 신분도 공무원에서 공공기관 직원으로 바뀐 것을 감안해 연말에 재평가하는 것으로 시한을 미뤄줬다.

이 같은 기재부의 봐주기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투자 위축을 우려해 일정을 늦춰가면서 해임건의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등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경기가 다시 둔화되자 재정을 예정보다 앞당겨 집행했는데, 세수는 예상보다 10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 돈을 미리 많이 썼는데 들어올 돈이 적게 되자 4분기 재정지출이 확 줄어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을 동원해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은 올해 사업 투자를 당초 목표보다 7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를 보면 일정 변경으로 혜택을 본 한수원과 코레일의 올해 사업 투자 계획은 약 3조7000억원이고 4분기에 집행 예정인 금액만도 1조원 가량 된다.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목적은 많은 기관장을 해임시키는 것이 아니라 방만경영을 해소하는 것이어서 더 많은 기관들의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다소 시간을 늦췄다"라며 "기관장을 해임하고 임금을 동결시켰다가 노사간 극단적인 대치가 이뤄지는 것보다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