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의 픽업트럭 '실버라도'

북미시장에서 픽업트럭이 날개돋친 듯 팔리며 부활하고 있다. 픽업트럭은 짐칸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을 말한다.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픽업트럭 시장을 독식하는 가운데, 국산 브랜드가 고부가가치 차를 판매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시장에서 픽업트럭은 지난해보다 18.5% 늘어난 19만2998대가 판매됐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4.3% 늘어난 168만6837대로 호실적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같은 픽업트럭의 선전은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3000만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했지만 3분기까지 판매량은 737만여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2% 증가했다. 3분기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4억 달러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GM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걱정했지만, 픽업트럭 등이 잘 팔리며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국산차와 경쟁하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이미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해 있다. 도요타의 ‘타코마’와 ‘툰드라’의 경우 올해 들어 11만993대와 8736대가 팔렸고, 닛산의 ‘프론티어’도 6853대가 판매됐다.

자동차 회사들은 픽업트럭 부활에 발맞춰 연비 등 성능을 개선한 신차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포드의 F150은 알루미늄 차체를 써 무게를 317㎏ 줄였다. 연비도 L당 12.75㎞ 수준으로 과거 기름만 많이 먹는 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픽업트럭은 개척정신이 강한 미국인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이 넓은데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의 특성상 주차 공간의 제약도 별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GM의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는 자동차 업계 데뷔 무대인 올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MC의 픽업트럭 ‘캐년’을 몰고 등장했다. 미국시장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차종 10개 중 3개가 픽업트럭이다. 포드의 F-시리즈는 9월까지 55만7037대가 팔렸다. 오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며 픽업트럭 시장이 활발해진 것이다.

반면 국산 브랜드는 픽업트럭이 거의 없어 급성장하는 픽업트럭 시장을 바라보고만 있다. 쌍용차의 코란도 스포츠가 있지만, 아직 미국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 2004년 시카고모터쇼에서 픽업트럭 콘셉트카를 선보인 적이 있지만, 실제 양산차로 개발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승용차 시장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픽업트럭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21년부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 팀장은 “그동안 픽업트럭의 관세율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신경을 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관세가 철폐될 것인데다,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픽업트럭이 상당히 많이 팔리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남미나 북미 쪽에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