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신캐피털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사다. 하지만 이 회사의 관심사는 한국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또는 한국과 관련된 스타트업이다. 빅베이신이 투자한 쓰러지지 않는 이륜(二輪) 전기차 제조사 '릿 모터스'는 창업자 대니얼 김이 한국계 미국인이고, 동영상 서비스 업체 '온디맨드코리아'는 한국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윤필구 빅베이신캐피털 대표(왼쪽)와 이택경 파트너.

최근 국내 스타트업을 만나기 위해 방한한 윤필구 빅베이신캐피털 대표는 "초기 단계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 이들이 순조롭게 글로벌 진출을 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게임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존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사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다른 나라의 기업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직접 한국 관련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빅베이신캐피털을 설립했다. 윤 대표는 "좋은 실력을 갖추고도 국제 표준에 안 맞는 회사 정관이나 지분 및 이사회 구조 때문에 글로벌 투자사의 외면을 받는 스타트업이 많다"며 "회사 설립 초기에 투자해 이들이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좋은 구조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윤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글로벌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외국 시장에 나가려면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가 필수인데, 현지에 네트워크를 가진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는 12월 중에는 투자 스타트업을 실리콘밸리로 초청해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엑셀파트너스 같은 유명 벤처캐피털과 미팅을 주선할 예정이다.

윤 대표가 빅베이신을 만들 때 고려한 것도 이런 '네트워크'다. 빅베이신의 투자 자금 규모는 약 150억원으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최대 게임 기업 텐센트의 최고기술임원(CTO) 출신인 제프 셩, 카카오에 초기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사 DCM이 참여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 창업자인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이덕준 전 지마켓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은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국 기업을 이해하고, 이들을 현지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는 개인자격으로 파트너로 참여해, 한국 안의 네트워크를 맡기로 했다. 이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중에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는 곳을 발굴해 소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