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 각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가스 규제 등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고, 연비 좋은 차에 대한 선호 현상은 이미 뚜렷하다. 미래 경쟁에서 처지지 않기 위해 각국의 완성차 업체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회장도 최근 입버릇처럼 "친환경차 및 전자제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인재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 3각 편대

최근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차가 시장을 주도할지 미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수소연료전지차도 중요한 대안 중 하나로 부상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어떤 방향이든 재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심축은 수소연료전지차다. 이미 작년 2월 세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시작하면서 주도권을 쥔 상태. 최근 양산·판매를 시작한 도요타나 양산을 앞둔 메르세데스 벤츠·GM 등에 비해 1년6개월~2년 이상 빠르다.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콘셉트카로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인트라도까지 선보였다. 수소연료전지차는 2015년까지 유럽을 포함한 세계시장에 1000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이미 덴마크, 스웨덴 등 정부 기관과 관공서를 중심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미국에서도 시장 개척에 나선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차그룹의 마북환경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수소연료전지차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기아차는 전기차 '쏘울'을 국내와 미국 시장에 선보여, 순수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81.4㎾급 전기모터로 달리며 한 번 충전하면 약 148㎞를 달린다. 또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충전 가능한 배터리, 전기모터, 내연기관을 함께 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쏘나타도 선보인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로만 구성된 하이브리드차는 이미 쏘나타·K5·그랜저·K7 등 모델 수를 더 늘리면서 대중화를 촉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모든 IT가 차로"

친환경차와 함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한 축은 스마트카 개발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동차는 선진 IT의 집약체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대비해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우선 향후 미국 시장에서 구글이 제공한 콘텐츠와 위치 정보 등을 기반으로 차세대 내비게이션에 활용하기로 했다.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동해 운전자가 관심 갖는 장소나 목적지를 스마트폰에서 차량으로 보내는 서비스 등을 고안하고 있다. 또 구글 글라스 등의 웨어러블 기기로 자동차를 조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여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했다.

애플의 차세대 자동차용 운영체제인 'iOS 인 더 카(iOS in the car)'도 적극 신차에 적용하고 있다. 아이폰과 차량 IT 시스템을 연동해 애플의 음성 인식 기능 '시리'를 작동시키고, 아이폰의 각종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카의 최종 목표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지난 7월 현대차는 '현대: 빈 차 호송대(Hyundai: The Empty Car Convoy)'라는 제목의 3분짜리 동영상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줬다.

이 영상은 맨 앞에서 달리는 신형 제네시스 1대를 다른 제네시스 5대가 따라 달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선두 차량을 따라가는 뒤쪽 5대의 운전자들은 차가 달리는 상태에서 운전석을 빠져나와 옆 차선을 달리는 트럭으로 옮겨탄다. 그리고 선두 차 운전자는 눈을 가린 채 아예 운전대에서 손을 뗀다. 차 앞의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앞차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 등을 결합해 만든 실제 영상이다. 현존하는 기술만으로도 자율주행에 가깝게 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매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기술력을 축적, 양산화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