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기자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던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워너 모어(Werner Mohr·사진) 기술·혁신 부문 부사장이 부산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全權)회의 부대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노키아는 작년 9월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이후 통신 네트워크 장비 및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어 부사장은 인터넷 연결 속도가 지금보다 수십~수백 배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에 주목했다. 그는 "5G 시대는 그 어떤 이동통신 세대의 발전보다 훨씬 변화 폭이 큰 '대변혁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실물처럼 생생한 홀로그램을 보면서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모어 부사장은 ICT 융합과 사물인터넷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ICT 융합은 교육이나 의료처럼 ICT와 타 산업 하나만을 잇는 것이 아니다"며 "ICT와 모든 산업을 한꺼번에 융합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에 대해서는 "기술 진보보다 기술 안정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많은 양의 데이터가 오고 갈 필요가 없고, 높은 사양의 기기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안정성과 안전이 보장돼야 합니다. 예컨대 무인 자동차의 경우 굉장히 높은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이 필요하지 않지만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가 보장돼야 하죠."

모어 부사장은 한국 ICT 수준에 관해 "한국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고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는 다수의 기업이 나오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권위주의 문화에 대해서는 "20~30년 전에나 먹히던 낡은 과거 시스템"이라며 "늘 기술 혁신을 이뤄야 하는 ICT 기업들은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