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밥상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음식을 담고 있다. CJ푸드빌의 ‘한식 샐러드 바’ 계절밥상은 산지(産地)의 제철 먹을거리로 만든 건강한 밥상이란 개념이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과 맞아떨어지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죄송합니다. 지금 번호표를 뽑으시면 약 3시간 후 들어가실 수 있어요. 차례가 되면 휴대전화로 문자를 드리겠습니다."

'3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요즘 계절밥상 모든 점포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매장 입구에 있는 대기팀 숫자판은 온종일 세 자릿수를 유지한다. 계절밥상 각 매장은 평균 200석. 계절밥상 관계자는 "하루에 보통 매장당 1000명가량 손님이 온다"며 "뷔페식이라 식사에 2시간 정도 걸리는데, 200석 매장에 1000여명이 온다는 건 문을 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마무리를 하는 밤 10시 30분까지 사실상 쉬는 테이블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산지(産地)의 제철 먹을거리로 만든 건강한 밥상이란 개념이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과 맞아떨어진 덕이다. 작년 7월 경기 판교 아브뉴프랑에 첫 매장이 문을 열고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누적 고객은 120만명을 넘어섰다. 다음 달 예약을 받는 매달 1일엔 매장마다 모든 예약이 금방 끝날 정도다.

계절밥상 올림픽공원점 입구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집 밖'에서 '집 밥'을

계절밥상이 개척한 '한식 샐러드 바' 혹은 한식 뷔페는 1990년대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2000년대 패밀리레스토랑을 거쳐 2010년대 들어 가장 주목받는 외식 분야로 꼽힌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 7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음식점은 '한식' 전문점이 71.2%로 가장 높았다. 작년보다 3.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외식이라고 하면 중식·일식·이탈리안 등 외국 음식을 생각하고, 한식은 분식이나 무거운 한정식이 많다고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한식을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건강식' '어머니가 해주신 것 같은 집 밥'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한식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외식업체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계절밥상은 이런 소비 흐름의 변화를 잘 포착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성인 1인 기준 1만원대 가격으로 70~100종류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제철 먹을거리를 많이 사용한 것도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다. 잘 알려지지 않은 토종 음식 재료를 발굴해 메뉴에 넣고, 해당 음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와 협업한 것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계절밥상은 지난 1년간 총 50가지 제철 재료를 사용해 100여종의 음식을 냈다. 수시로 바뀌는 제철 메뉴 외에도 경기 광주와 경남 밀양, 전남 무안 등지에서 자란 채소, 충남 논산의 토마토로 만든 샐러드, 강원 횡성에서 기른 배추로 만든 쌈밥과 같은 메뉴로 사람들의 눈과 입을 끌어당겼다. 뻥 아이스크림과 씨앗 호떡 등 추억의 간식과 같은 다양하고 특별한 메뉴도 인기다.

매장 입구에는 농·특산물을 직거래하는 '계절장터'를 마련해 한국벤처농업대학 출신 농민들이 땀과 정성으로 가꾼 농축산가공식품을 직접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식사를 마친 고객에게 스탬프(도장)를 찍는 카드를 주고, 받은 도장의 수만큼 회사가 발전기금을 조성해 한국벤처농업대학에 기부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他 업체들 잇따라 벤치마킹

계절밥상의 인기는 다른 대기업 외식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놀부NBG는 샤부샤부와 한식 샐러드 바를 같이 이용하는 '화려한 식탁 N테이블'로 시장을 공략 중이고, 이랜드그룹은 지난 4월 '왕의 이야기가 담긴 팔도 진미 한식'을 표방하는 한식 샐러드 바 '자연별곡'을 내놨다. 신세계푸드는 '콩(豆), 쌀(米), 장(醬), 채(菜)' 등을 앞세운 '올반' 1호점을 지난 10일 여의도에 냈다.

안상현 CJ푸드빌 상무는 "새로운 한식을 원하는 고객들의 열망이 계절밥상의 인기로 나타나고 있다"며 "제철 재료 사용과 농가 상생이 '건강'과 '참여'를 중시하는 최근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