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기자

특별한 것이 없다는 삼성SDS의 기업설명회(IR)가 28일 ‘특별하게’ 진행됐다. 오는 11월 상장을 앞두고 기업공개(IPO)시장에서 '대어(大漁)'로 꼽히는 삼성SDS는 이날 기관투자자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회사 측은 일반투자자나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설명회를 따로 열 계획이 없다면서 기자의 출입을 제한했다. 자료집 배포도 거부했다.

이런 태도는 시가총액 기준 5위를 넘보는 대기업에 바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현재 K-OTC시장(증권업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SDS의 주가는 주당 약 35만원 수준.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에 달한다. 상장하는 즉시 포스코(26조8000억원)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도 IR을 진행하면서, 국내 투자자에게 IR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IR은 기업의 경영상태나 향후 사업계획 등의 전망을 알 수 있는 자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주요 경영 책임자가 나와 경영 현안을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상장과 관련한 IR은 공모 청약을 앞둔 시점에서 기업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사를 보고 기업의 상황을 짐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IR에서 일반인 투자자는 철저히 소외된 셈이다. 기관투자자들에겐 직접 투자정보를 알려주고, 일반 투자자들에겐 그나마 정보를 알 수 있는 길마저 봉쇄하겠다는 것인가. 상장을 ‘기업 공개’라고 한다. 상장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을 투자자로서, 파트너로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파트너를 봉쇄하고 공개 기업이 되려 하는가.

이 때문에 증시에선 온갖 소문이 난무한다. 첫 번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업 승계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을 막으려는 방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을 11.25%(870만4312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다음으로 많다. 현재 거래가격으로 계산하면 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만한 자금이 기업 승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질문이 나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격이다. 상장으로 기업가치는 높이되 회사에 부담스러운 질문은 피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을 앞두고 일부러 기관투자자만 모은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29일과 30일에 삼성SDS의 수요예측이 진행되는데 이 때 기관들이 모여 물량을 나눠 담을 수 있도록 짬짜미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경우 회사 측이 원하는 공모가격이 한 주당 15~19만원 수준인데, 이 선에서 공모가격이 결정되고 현재 가격(약35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공모 투자자들은 단시간에 100% 가까운 수익을 얻게 된다. 펀드나 연기금과 같은 이른바 큰 손들은 이런 종목에 주목할 수 있는데, 삼성SDS가 새로 주식을 발행하지 않아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알짜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는 기관이 나오지 않도록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애널리스트도 참여하는 설명회였기 때문에 실제 그렇게 진행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굴지의 대기업이 질문 몇 개를 피하기 위해서 IR 공개를 거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기업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간 IPO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유명세를 치른 터라 몸을 사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 회사 입장에서는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쏟아지는 오해나 의혹의 시선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과정에서도 삼성 측은 설명회에 언론 참여를 막았었다. 자칫 삼성은 개인투자자나 언론을 무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해 받을만한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회사 측이 말하는 '별일 아닌' 설명회라면 공개를 막으면서까지 일부러 오해를 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