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검색 공룡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구글의 최대 적은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 아니라 바로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구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몸을 낮추고 비난의 화살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산업 질서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구글마저도 진짜 아마존이 두렵다. 소비자들이 검색엔진인 구글을 거치지 않고 아마존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아마존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또 다른 파괴자 아마존의 신규 사업과 각종 논란을 '아마존 2014'라는 타이틀로 파헤친다. [편집자주]

2014년 아마존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거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에 자사 기기 전용 게임을 내놓는 식이다. 특히 아마존은 프리미엄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회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크게 늘렸다. 금융서비스회사 캔터 핏제럴드(Cantor Fitzgerld)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콘텐츠 확보와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했다.

전자책- 9.99달러에70만권 무제한 구독 서비스

킨들 언리미티드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

아마존은 전자책 부문에선 독보적인 선두주자다. 아마존은 지난 2007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해 본격적인 전자책 시대를 열었다. 2011년부터는 미국 아마존에서 판 전자책 권수가 종이책을 뛰어 넘었다.

2014년 7월 아마존은 무제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를 출시했다. 이용자들은 매달 9.99달러에 70만 권 이상의 전자책과 오디오북(Audio Book) 수천권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킨들 언리미디트 서비스가 안정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책 수는 많지만,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BBC는 “아마존은 킨들 언리미티드에서 70만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반지의 제왕’ · ‘애거서 크리스티’ 등 읽지 못하는 베스트 셀러가 많다”며 “사용료에 비해 읽을 수 있는 책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미국 6대 출판사 중 두 곳인 펭귄랜덤하우스와 하퍼콜린스도 BBC라디오 프로그램 ‘Radio 4's You & Yours’를 통해 “킨들 언리미티드에서는 우리의 책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책 분야의 아마존의 지향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던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게 하고 종이책을 디지털 책으로 바꾸더니 책을 권당 구매하는 패턴도 구독형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존은 매년 새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고, 전자책 콘텐츠를 늘려가며 세계 전자책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업계에선 세계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음악 동영상- 드라마 자체 제작까지 뛰어들어

최근 인기를 모은 아마존 자체 제작 시트콤 ‘트랜스패런트(Transparent)'

아마존은 2011년 2월 프라임 서비스 회원들에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 5월에는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HBO와 제휴로 제공하는 콘텐츠양을 또 넓혔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은 ‘소프라노스,’ ‘더 와이어’ 등 드라마를 비롯한 HBO의 유명 콘텐츠 대부분을 별도 요금을 낼 필요없이 스트리밍 형태로 즐길 수 있다. 다만 방영 후 3년이 지난 프로그램만 볼 수 있으며 다운로드는 유료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무료 스트리밍▲유료 스트리밍▲구매 형태로 나뉘어져 있다. 유료 스트리밍은 ‘대여’형태로 제공되며 대체로 2.99달러 선이다. 결제 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간은 보통 15일에서 30일이다. 구매할 경우 다운로드 후 무제한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아마존은 단순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자체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 자체 콘텐츠 제작 준비를 시작했다. 그 후 2013년 4월 파일럿 프로그램을 공개한 아마존은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들을 정식으로 제작, 2013년 11월 2편의 자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014년 아마존은 올해 애니메이션 ‘텀블리프(Tumbleaf)’와 ‘크리에이티브 갤럭시(Creative Galaxy)’, 가족 드라마 ‘안네드로이드(Annedroids)’, 시트콤 ‘트랜스패런트(Transparent)’ 등 4종의 자체 프로그램을 내놨다.

특히 트랜스패런트는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 순위 1위에 오르고 미국 미디어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와 메타크리틱에서 각각 평점 8.9점과 8.6점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달 초 아마존은 트랜스패런트 시즌2의 제작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은 2014년 6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뮤직'도 선보였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은 추가 요금없이 100만곡 이상의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 있다. 다만 발표한지 6개월이 지난 곡들만 스트리밍이 가능하며 세계 최대 음반회사 유니버셜 그룹의 음원은 서비스하지 않는다.

게임- 구글과 경쟁 끝에 트위치1조원에 인수

파이어TV 전용 게임 세브-제로(SEV ZERO)

2014년 아마존은 구글과의 경쟁 끝에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트위치를 9억7000만달러(약 1조원)에 인수한다. 1000억달러(약 105조원) 규모에 이르는 게임 시장 공략은 물론 월 6000만명에 이르는 트위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 수익을 위해서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아마존이 게임에 들이는 공은 남다르다. 올 초 아마존은 미국 비디오 게임 개발사 더블 헬릭스 게임즈 (Double Helix Games)를 인수해 개발 인력을 충원했다. 주로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용 슈팅 게임을 개발해온 더블 헬릭스 게임즈는 영화 스타워즈, 매트릭스, 인디아나 존스의 레이아웃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파이어 TV를 출시한 4월에 전용 게임 세브-제로(SEV ZERO)를 내놓았다. 파이어폰을 출시한 7월에는 파이어폰의 유사 3D 기술 ‘다이내믹 퍼스펙티브(Dinamic Perspective)’를 이용한 전용 게임 2종을 출시했다. 이달 초에도 파이어폰과 파이어 태블릿 전용 게임 4종을 발표하는 등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자사 기기 전용 게임들을 제작하고 있다.

아마존 기기 전용 게임들은 널리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마존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별 4개 이상의 평가를 얻고 있는 등 게이머들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주로 몇 가지 점들만 개선하면 다음작이 기대된다는 평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2년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초기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모바일 게임 개발로 출발했지만 파이어TV 출시 이후에는 비디오 게임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아마존의 콘텐츠 야욕 ?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더 많은 소비자들을 아마존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쿼츠는 “도서를 비롯한 일부 아마존 품목들은 소비자들을 아마존 웹사이트로 끌어들이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전자책 가격을 지속적으로 9.99달러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아마존이 제공하고 있는 음악, 동영상 서비스도 결국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아마존은 2013년 하반기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에 프라임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디어 비평가 제이슨 린치(Jason Lynch)는 “아마존은 자체 제작 드라마 시리즈로 2천만명 가까운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아마존은 성공적인 드라마를 통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톰 츠쿠택(Tom Szkutak)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은 비디오를 보려 아마존에 들어왔다가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프라임 회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게임 또한 아마존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다. 미국 IT 매체 씨넷은 “아마존이 자사 단말기 전용 게임을 성공시켜 파이어폰과 파이어 태블릿, 파이어TV 판매량을 늘리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최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이상 커진 적자를 발표했다.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는 “파이어폰과 더불어 인스턴트 비디오 서비스도 적자에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료와 콘텐츠 제작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유통업체에서 멀티미디어 강자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임(Time)지 또한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 제도를 엔터테인먼트 중심 서비스로 전환하려는 것 같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