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이 2012년 기준 18%로 일본(20.3%)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6일 '해외생산과 거시지표의 변화' 보고서에서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이 2003년 4.6%에 불과했으나 계속 높아져 2012년 18.0%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해외생산을 추진했고 2003년 15.6%에서 2012년 20.3%로 증가했다. 해외생산 비중은 해외직접투자기업 매출액을 '해외직접투자기업 매출액 + GDP(국내총생산) 제조업 국내산출액'으로 나눈 수치다.

특히 휴대폰의 해외생산 비중은 2008년 45%에서 2012년 80%로 급증했고 스마트폰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0년 16%에서 2012년 78%로 껑충 뛰었다. 자동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2005년 16.7%에서 2013년 47.6%로 높아졌다.

해외생산 중 가공무역을 품목별로 보면 LCD가 40.8%로 가장 많았고 반도체가 20.9%, 섬유가 14.0%로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78.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베트남(4.5%) 폴란드(4.1%) 대만(3.2%) 등이었다.

한은은 해외생산의 확대로 가공·중계 무역을 통한 상품수지 흑자, 독립채산형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국제통계 개편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통관 기준 수출과 소유권 이전 기준으로 하는 국제수지 기준 수출의 차이도 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제수지 기준 수출과 통관 기준 수출을 차이가 GDP 대비 4.3%로 독일(1.3%) 등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가공무역 등 해외생산이 늘어나면서 수출, GDP 등을 전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고용과 GDP의 연관성도 종전보다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중국이 가공무역 제한조치를 강화하면서 앞으로는 가공무역이 축소되고 독립채산형 현지법인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2008년 41.1%에서 올해 상반기 31.6%로 떨어졌다. 중국의 가공무역 제한조치 때문에 삼성전자가 올해 5월 준공한 시안 반도체 공장과 LG가 올해 9월 준공한 디스플레이패널 광저우 공장은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했다. 가공무역에서 독립채산형 현지법인 거래로 바뀌는 것이다.

정 국장은 "수출로 잡히던 가공무역이 배당으로 잡히는 독립채산형 현지법인 거래로 바뀌면서 상품수지는 악화되고 본원소득수지는 개선되는 등 경상수지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GDP는 축소되고 GNI는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또 "중계무역의 주요 품목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와 경쟁 심화로 상품수지가 악화되고 GDP가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